"女 6명과 트럼프, 콘돔까지"… 엡스타인 사진에 '발칵'

美 민주당, 엡스타인 사진 공개
"트럼프·클린턴·빌 게이츠 등 포함"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보관해온 사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한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AFP, 연합

미국 민주당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유력 인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엡스타인의 저택과 이메일 계정 등에서 확보한 사진 19장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보관해온 사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여성과 나란히 있다. / 사진=AFP, 연합

공개된 사진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 영화감독 우디 앨런, 로런스 H. 서머스 전 재무장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고문 등이 등장한다.

민주당은 엡스타인의 유족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번 사진을 공개했으며,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의 자택에서 총 9만5000여장의 사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현지시간)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보관해온 사진 9만5000여장을 공개했다./ 사진=AP, 연합

공개된 사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옆에 선 채 신원이 가려진 금발의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여성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캐리커처와 '나는 엄청나게 크다'는 문구가 새겨진 4.5달러짜리 '트럼프 콘돔' 사진도 있었다.

다만, 민주당은 이들 사진의 구체적인 촬영 날짜, 장소, 맥락을 설명하는 이메일 메시지 등은 함께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엡스타인과 트럼프의 연관성에만 과도하게 집중했다는 공화당의 비판을 의식해 클린턴, 게이츠 등 좌파 인사들과의 관계 역시 공개하는 방어적 의도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진 공개가 엡스타인과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들 일부'와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즉각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 가르시아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미국 국민이 진실을 알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보관해온 사진으로 엡스타인(오른쪽)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중앙)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현지시간) 이 사진을 공개했다. / 사진=AFP, 연합

반면 감독위원회 소속 공화당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거짓 서사'를 만들고 이미 반박된 이야기를 부추기기 위해 사진을 선별적으로 공개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측 대변인은 공개된 문서 어디에도 불법 행위를 보여주는 내용은 없다고 일축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감옥에서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을 몰랐고, 혐의가 드러나기 전인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관계를 끊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가 제정한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에 서명했으며,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오는 19일까지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