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자임, 알테오젠 특허 첫 공격…미국서 무효심판 청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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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R 제기로 ALT-B4 제조공정 정면 겨냥
알테오젠 “선행기술 대비 차별성 충분”
PGR보다 IPR의 실제 성공률은 더 높아
코스피 이전 앞둔 알테오젠 특허 변수
12일 업계에 따르면 할로자임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알테오젠의 ALT-B4 제조공정 특허에 대해 당사자계 무효심판(IPR)을 청구했다. 대상 특허는 알테오젠의 SC제형 전환 기술인 ALT-B4의 제조공정이다.
이번 할로자임의 공격은 지난 4일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서 ALT-B4를 적용해 만든 키트루다 SC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판결을 이끌어낸 직후 단행된 조치다. 할로자임이 MSD에 이어 ALT-B4의 원천 기술 보유사인 알테오젠까지 본격 압박에 나선 것이다.
IPR은 PTAB이 운영하는 특허 무효 절차로 등록된 특허에 대해 선행특허나 공개문헌 등을 근거로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다. IPR의 개시 기준은 “청구항 중 하나라도 무효일 가능성이 있음(reasonable likelihood)”이며, 다른 심판 제도인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보다 문턱이 낮다.
미국특허상표청(USPTO)이 공개한 2025년 1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IPR의 개시율은 73%로 PGR(약 50%)에 비해 크게 높다. IPR로 개시된 사건 중 심판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청구인의 실질적 성공률은 45~55% 수준으로 나타난다.
반면 PGR은 신규 특허 등록 후 9개월 이내에만 신청할 수 있고, 무효 주장 범위는 넓지만 개시 요건은 더 엄격하다. 특허 적격성이나 기재 불충분 등을 포함한 다층적 쟁점을 다룰 수 있어 주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활용된다. PGR의 성공률은 30~40% 수준이다.
할로자임이 직접 알테오젠에 문제 제기한 특허는 ALT-B4의 생산 과정 중 효소 활성을 높이기 위한 배양 조건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포를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배양해, 효소 활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억제하고, 동시에 효소 활성을 끌어올리는 공정 기술이다. 즉 재조합 단백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이다.
할로자임 측은 “이 공정이 이미 공개된 선행 특허 및 문헌에 기반한 기술에 불과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할로자임의 EP3037529 특허와 배양 온도에서 단백질 생산성이 2~3배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헌 WO2017/011598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번 IPR은 특허 자체의 침해 여부보다 특허의 적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알테오젠의 주요 기술이 직접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LT-B4는 알테오젠 기업가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최근 추진 중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 심사에도 일정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회사 측은 “이번 IPR은 ALT-B4의 물질특허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별도의 특허로 배양·제조 공정에 관한 것”이라며 “할로자임이 인용할 것으로 보이는 선행기술에 대해서는 이미 사전에 인지하고 정밀 분석을 마쳤으며, 다수의 문제점을 확인한 상태”라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또 “자사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이에 맞춘 특허 전략도 이미 준비된 상태”라며 “IPR 제기는 예측 가능한 범주였고, 미국 내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알테오젠은 ALT-B4 기술을 바탕으로 MSD 및 다이이찌산쿄 등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기존 파트너사들도 당사가 확보한 선행특허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특허 실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그 결과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며 “IPR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지난해 11월 MSD가 PTAB에 할로자임을 대상으로 제기한 건 PGR이다. MSD는 할로자임의 SC 플랫폼 엠다제(MDASE) 특허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이유로 USPTO PGR을 10건 이상 제기하며 특허 전면 무효화를 시도했다.
엠다제는 기존 할로자임의 특허 ‘인핸즈(ENHANZE)’와는 별도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의 다양한 변이체를 포괄하는 방식이며, 미국에서는 2034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는다. MSD는 엠다제 특허가 실험 재현성이 부족하고 명세서의 기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키트루다 SC 제형 상업화를 대비해 모든 잠재적 특허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