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때문에 홍천까지…'하루 400만병 생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가보니 [현장+]

국내 최대 규모 맥주 제조 시설…16만평 규모

포토존·굿즈숍·'소맥자격증' 발급 부스 등 체험형 요소 가득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 도둔산 자락에 자리한 맥주 생산 공장. 제품동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 앞에 서니 초록색 맥주병 수천 개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병끼리 맞부딪히며 내는 짤랑짤랑한 얇은 울림이 전해졌다. 송년회·신년회 등 모임이 많아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인 만큼 맥주병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졌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국내 최대 맥주 생산 기지로 꼽힌다. 약 52만8925㎡(16만평) 규모로, 연간 50만kl(킬로리터)의 맥주가 생산된다. 회사는 1997년 공장을 설립한 뒤 이듬해부터 제조 공정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장을 홍보하기 위해 견학관 ‘하이트피아’를 운영해왔다.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맥주의 주재료인 보리를 직접 만져봤다./사진=박수림 기자
이날 직접 둘러본 공장 견학로는 크게 ‘ㄷ’ 형태로 조성돼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은 ‘담금실’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물, 맥아, 호프를 넣고 끓여 맥주의 원액인 맥즙을 만들어 낸다. 이후 맥즙을 발효시키고 저장탱크에서 숙성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황금빛 맥주가 완성된다. 숙성 기간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대개 약 20일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담금실을 지나면 제조 공정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컨트롤룸’과 숙성이 끝난 맥주를 여과하는 ‘여과실’ 등이 이어진다. 이후 맥주 원액을 용기에 충전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제품동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산라인은 용기 종류에 따라 병, 알루미늄 캔, 생맥주용 업소 용기, 페트병 등으로 나뉘는데 이날 둘러본 곳은 병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이었다.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 맥주 저장탱크 108개가 줄 지어 서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제품동에서는 관리 인력 없이 가동되는 자동화 설비가 인상적이었다. 회수된 병에서 상표를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용기를 세척·소독하고 맥주를 주입해 밀봉하는 과정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졌다. 주입 속도는 최대치로 가동할 경우 초당 17병, 분당 약 1000병 수준이다. 하루 최대 400만병까지 생산할 수 있다. 강원공장에는 약 600t(톤)의 맥주를 담을 수 있는 저장탱크 108기가 마련돼 있다. 이는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맥주 10병(500ml 기준)씩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330년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 맥주병 모양의 오브제가 전시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견학로 곳곳에는 다양한 체험 요소가 마련돼 있었다. 각국의 맥주를 소개하는 전시관, 역대 브랜드 모델의 사진, 맥주병 모양을 본뜬 오브제 등이 공간을 채웠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기존 견학관 ‘하이트피아’를 ‘하이트진로 PARK’로 새단장하며 체험형 콘텐츠를 크게 늘렸다. 코로나19 이후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가 줄자 브랜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고객 접점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공장 관계자가 맥주를 따르고 있다./영상=박수림 기자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내부에 있는 미디어 상영 공간./영상=박수림 기자
그중 별미는 ‘시음장’이었다. 통유리로 구성된 라운지에서 막 따라낸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포토존, LED 상영관, 굿즈숍 등이 마련돼 있으며 간단한 퀴즈를 풀면 ‘소맥(소주+맥주)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체험 부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제공된 맥주./사진=박수림 기자
하이트진로가 강원 홍천에 공장을 세운 이유는 수질에 있다. 김태환 하이트진로 품질관리팀장은 “독일처럼 석회질이 많은 지역에서는 바디감이 강하고 진한 스타일의 맥주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경도가 높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러한 묵직한 스타일보다는 가볍게 한잔하기 좋은 맥주를 선호한다. 홍천의 물은 경도가 낮아 이러한 맥주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저희는 물에서부터 품질 관리를 시작한다”며 “맥즙을 제조하는 초기 단계부터 발효 과정까지 모든 공정을 세밀하게 관리해 균일한 속도로 발효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컨트롤룸 등을 통해 효모가 안정적으로 향과 탄산을 낼 수 있도록 조건을 세심하게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모두 비열처리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열처리를 하면 공정은 훨씬 편해지지만 맥주는 소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외부에 의한 오염 위험이 높다”며 “일부 업체는 열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비열처리 방식을 고수하는 만큼 원료부터 최종 출고까지 훨씬 더 엄격하게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천(강원)=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