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넘어 중동·남미로 질주하는 K뷰티

중동·남미 수출 '역대 최대'

UAE 수출 4년 새 3배로 급증
틱톡 마케팅 등 美 성공방정식 적용

실리콘투·아모레 등 진출 본격화
K뷰티 시장 성장축 다변화
내년 수출 15% 늘어날 듯
K뷰티가 미국, 유럽을 넘어 남미와 중동 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검증된 K뷰티 성공 방정식을 신흥 시장으로 확대해 수출 성장축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시장과 닮은 꼴…진입장벽 낮아

12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랍에미리트(UAE)의 K뷰티 수출액은 2억991만달러(약 3000억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5821만달러에 불과했던 UAE 수출액은 2023년 8903만달러로 늘었고, 지난해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섰다. 4년 새 수출 규모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남미 시장에서도 수출 확대 흐름이 뚜렷하다. K뷰티 수출 규모가 큰 남미 3개국(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의 올해 1~10월 화장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9185만달러(약 1300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 3477만달러에서 지난해 5715만달러로 60%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K뷰티 기업들이 중동과 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건 미국형 K뷰티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남미는 북미·유럽 시장과 마찬가지로 틱톡 중심으로 K뷰티 소비가 이뤄진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접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미국 시장과 닮아 마케팅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특정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선두 브랜드가 없어 진입 초기에도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진입 장벽 역시 북미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특히 중동은 물류비용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항공·해상 운임이 미국 대비 크게 낮다.

◇ 코스맥스 등 ODM사도 진출

K뷰티 유통사 실리콘투는 올해 5월 UAE, 10월 멕시코에 각각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내년 상반기 물류창고 가동 등 본격적으로 현지 사업 운영을 시작한다. 실리콘투가 운영하는 K뷰티 편집숍 ‘모이다’는 내년 UAE 두바이에 중동 1호점을 연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멕시코에 이어 올해 브라질 시장에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라질은 헤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미쟝센과 려 등 헤어 브랜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최종 파트너 선정을 논의 중이다.

달바글로벌도 이달 중동 프리미엄 온라인 리테일 채널인 ‘오나스’에 입점했다. 달바글로벌 관계자는 “향후 중동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는 지난해 멕시코에 영업사무소를 열었다.

중동·남미 시장 공략에 힘입어 내년 K뷰티 수출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과 중남미 시장에서의 약진에 힘입어 내년 화장품 수출은 109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