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겐 창의성이란 없다” 세번째 아바타 만든 캐머런 감독의 단호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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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불과 재’ 제임스 캐머런 감독
12일 한국 언론과 화상 기자간담회
생성AI 활용한 영화 제작에 부정적 입장 밝혀
"AI는 배우 대체할 수 없다"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12일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아바타:불과 재’(이하 아바타3) 개봉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아바타3’에서 생성형 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비용 절감 등 AI의 효율성을 긍정하면서도 ‘조수(Assistant)’라고 표현하며 창작의 주체가 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글로벌 영화산업에선 AI가 배우부터 각본·촬영 등 제작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디즈니가 오픈AI에 1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생성 AI 소라에 마블 등 캐릭터 IP를 제공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2023년 할리우드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총파업에 나서는 등 창작자들은 꾸준히 AI 활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선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가속화하고 있다. 생성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영화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선 당초 ‘아바타3’에도 AI 기술이 일부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우의 연기를 기반으로 외계 종족과 크리처를 구현하는 퍼포먼스 캡처 등 고도의 기술이 동원되고,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특수시각효과(VFX)가 영화의 바탕이란 점에서다. 2007년 1편 촬영을 시작한 이후 세 번째 작품이 개봉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린 것도 기술적 한계와 천문학적 제작비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머런은 이날 모든 컷을 AI의 도움 없이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이 볼 땐 영화 장면이 판타지처럼 보이다 보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영화 속 인물이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실제 연기에 기반한 기술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 4년간 3000여명의 스태프가 투입된 아바타3 제작에는 3382개에 달하는 VFX 샷이 적용됐다. 배우들이 연기하고 이를 최대 16대의 카메라로 다각도에서 촬영해 컴퓨터그래픽(CG)을 입히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촬영을 고집한 건 AI가 창의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가족 간 갈등의 해결 등 아바타3에 담긴 주제 의식을 표현하려면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데, AI로는 아직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AI로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어도 독창성은 없다”면서 “AI는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모든 것일 수 있는 동시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캐릭터 만들기 위해선 읽고, 해석하고, 평생 겪은 경험을 쏟아부어 만드는 예술가가 필요하다”며 “배우는 스토리텔링에서 핵심이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캐머런은 AI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갈수록 제작비 부담이 커져 지속불가능한 모델로 평가되는 공상과학(SF) 같은 ‘고비용 장르’에선 혁신적으로 제작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VFX비용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 반해 극장 수익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공상과학(SF) 등 풍부한 상상력에 기반해야 하는 영화들이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영화인이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길 바란다”며 “생성 AI가 배우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VFX 워크플로(제작 과정) 내에서 AI 조수가 돼 세세한 디테일에 활용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바타3’는 오는 17일 국내 극장 개봉한다. 러닝타임만 197분에 달하는 블록버스터로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작으로 평가된다. 외계행성 판도라를 침공한 인간 문명과 나비족 등 외계 문명이 맞서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설리 가족이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을 그렸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