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상상도 못한 미국행…흔들림 없이 내 골프 보여줄 것"

인터뷰 - 내년 LPGA 진출하는 '장타 샛별' 이동은

LPGA Q시리즈 파이널 7위
6월 한국여자오픈서 생애 첫승
세계랭킹 오르며 출전 자격 얻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

신인왕 욕심보단 시드유지 목표
올 겨울동안 체력 끌어올릴 것
올림픽 출전도 또 하나의 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과한 이동은이 지난 10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그로브GC에서 LPGA 멤버십을 뜻하는 패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애드스포츠 제공
“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기회가 생겼을 때 든 생각이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죠. 미국에서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장타 샛별’ 이동은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뒤 “너무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동은이 마침내 ‘꿈의 무대’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그로브 크로싱스코스(파72)에서 끝난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공동 7위(최종 합계 10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상위 25위까지 주는 2026시즌 LPGA투어 시드를 받았다.

이동은은 대회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LPGA투어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내에서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출전 자격(세계랭킹 75위 이내)을 얻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도전했는데, 당장 내년에 꿈의 무대에 진출할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 올초까지 상상도 못 한 미국행

이동은은 ‘골프 DNA’를 타고났다. 아버지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이건희 씨, 어머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준회원인 이선주 씨다. 부모님에게 재능을 물려받은 이동은은 지난해 데뷔 시즌부터 시원시원한 장타로 존재감을 뽐냈다. 올 시즌엔 방신실(236.5m)을 제치고 장타 부문 1위(238.7m)를 차지하기도 했다.

타고난 피지컬과 재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동은이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린 건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다. 그는 한국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데뷔 2년 차에 꿈에 그리던 첫 승을 거뒀다. 이후 이동은의 인생이 확 바뀌었다. 세계랭킹 기준 Q 시리즈 출전 자격을 얻게 된 그는 “도전의 기회가 생기니 욕심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조용히 미국행을 준비한 이동은은 이번 도전을 앞두고 쇼트게임과 퍼팅을 중점적으로 연습한 것이 합격 비결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는 “쇼트게임과 퍼팅의 중요성에 대해 수없이 들었다”며 “이번 대회에 오기 전에 쇼트게임과 퍼팅을 중심으로 레슨을 받고 연습량도 많이 늘렸는데, 실제로 스코어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준비한 자에게 행운도 따랐다. 이번 대회는 악천후로 기존 5라운드에서 4라운드로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는데 이동은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한다. 출국 전날(11월 28일)부터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는 그는 “비가 너무 많이 와 1라운드가 하루 연기되면서 오히려 회복할 시간이 생겼다”며 “‘하늘이 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이동은의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11일 오후 귀국한 그는 곧바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동은은 “LPGA투어는 일정이 길어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 것”이라며 “겨울 동안 체력을 끌어올린 뒤 미국으로 넘어가 전지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잔디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신인왕 레이스도 관심사다. 이동은은 10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Q 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LPGA투어에 직행한 황유민과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신인왕에 오르면 물론 좋겠지만 그 타이틀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며 “첫 시즌 목표는 확실한 시드 유지”라고 강조했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이 LPGA투어의 문을 두드린 이동은은 이제 더 큰 무대를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승도 욕심이 나고 언젠가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싶다는 꿈도 있어요. 올림픽 출전도 또 하나의 꿈이죠. 하지만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으려고 해요.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 보면 결과도 따라올 거라고 믿어요. 미국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골프를 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