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소외된 퀄컴…메모리값 상승도 '날벼락'
입력
수정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해 스마트폰 판매 전망이 악화하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12일 미국 나스닥에서 퀄컴은 최근 1년 14%(11일 종가 기준)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에 상장된 마이크론은 158%, AMD 70%, TSMC 59%, 엔비디아 32% 올랐다.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래 전망에 대한 우려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자체 회계연도 기준 2023년 77억8800만달러(11조 4748억원)에서 2024년 100억7100만달러(14조 8386억원), 2025년 123억5500만달러(18조2001억원)로 증가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2027년까지는 영업이익이 150억달러 안팎(증권사 전망 평균치)을 기록하며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원인은 모바일에 치우친 사업 구조다. 퀄컴은 매출의 90%가량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 등 스마트폰 칩셋 판매에서 나온다. 모뎀 분야에서 우려가 크다.
애플은 과거 퀄컴의 모뎀을 전량 사용했으나, 자체 모뎀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2월 출시된 보급형 아이폰16e를 시작으로, 지난 9월 선보인 ‘아이폰 에어’에도 자체 모뎀을 탑재했다.
삼성도 갤럭시S24 시리즈 일부 모델에 자체 모뎀을 탑재하는 등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2021년 선보인 픽셀 시리즈부터 퀄컴 대신 삼성 모뎀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도 고객사들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용 하이엔드 제품은 우위가 지속되고 있으나 저가형은 대만 미디어텍, 삼성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자체 칩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악재로 떠올랐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내년 스마트폰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 판매량이 감소하며 퀄컴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저가형 스마트폰 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도 등 저가형이 주류인 지역에서 제조사들이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퀄컴은 AI가속기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퀄컴은 차세대 AI 가속기 칩인 AI200과 AI250을 각각 2026년, 2027년 내놓겠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퀄컴은 스마트폰 칩을 제조하며 축적한 ‘저전력’ 기술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을 35~70% 적게 소모한다는 것이 퀄컴 설명이다.
다만 신사업이 궤도에 올라 성과를 내기까지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수요 불확실성과 고객 이탈 리스크가 당분간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