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 지창욱 "도경수, 연기할 때 눈 돌아…무섭더라" [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조각도시' 태중 역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 지창욱이 도경수와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무서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지창욱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플러스 '조각도시' 종영 인터뷰에서 "도경수 씨와 촬영할 때 생각보다 많이 붙지 않았다"며 "사실 같이 뭔가 많이 하는 걸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아서 아쉽더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요한이라는 역할을 잘 표현해줘서 그게 저에게 시너지가 됐다"며 "요한이가 얼마나 미스터리하고 무섭냐에 따라 저희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하더라"고 극찬했다.

이어 "연기하면서 저도 무서웠다"며 "마지막 액션을 하는데 칼을 막 휘두르는데, 눈이 돌아가 있는 거 같을 때가 있다. 진짜 얘가 이걸로 날 때리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이 어느 날 억울하게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은 요한(도경수)에 의해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 드라마다. 오상호 작가가 집필한 영화 '조작된 도시'가 시리즈로 창조되면서 새롭게 확장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남자가 억울한 누명을 쓴 후 통쾌한 복수를 실행한다'는 컨셉을 바탕으로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관계성과 스릴, 액션 등의 장르적 쾌감이 더해져 카타르시스가 폭발한다.

지창욱이 연기한 박태중은 인생을 송두리째 조각당한 남자다.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건실하고 평범한 청년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되는 인물이다. 지창욱은 인생을 빼앗기기 전과 후, 태중의 넓은 감정의 진폭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복수를 향해 달려가며 극을 이끈다. 다음은 지창욱과 일문일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모든 회차가 공개됐다.

= 무사히 촬영을 마친 것도 감사한데, 다들 잘 봐주시는 거 같아서 감사하다. 영화 '조작된 도시'를 10년 전에 찍은 거 같다. 그러다 몇 해 전에 이 작품으로 시리즈화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작품이 시리즈가 된다면 더 어울리겠다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니 더 재밌더라.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고 생각했고, 더 잘하고 싶었다. 더 욕심이 났다.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10년 전에 했던 것과 같은 세계관이라 기대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 이 작품을 통해 '디즈니의 아들'로 자리매김했다.

= 배우로서 너무 감사하다. 디즈니라는 글로벌 회사에서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작 발표회를 했는데 또 홍콩에 초대해주셨다. 그동안 한 번도 못 갔다. 라인업 발표회를 못 가다가, 이번에도 갈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초청을 해주셨고. 또 거기서 마침 (한일 합작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작품인) '메리베리러브'를 발표한다고 해서 타이밍이 겹쳐서 무대에 올랐다. 저는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 캐릭터가 쉽지 않았다. 감정 폭도 넓고, 몸을 쓰는 것도 많았다.

= 태중이란 인물은 지극히 평범한데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밑바닥까지 떨어질지를 표현하는 데 고민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촬영장 분위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하면서 부상 없이 마무리했다. 그래서 대역을 해준 액션 친구들에게 고맙다. 스턴트 하는 친구들은 보험 가입이 안 된다. 너무 위험해서. 그리고 하면 아픈데, 그걸 보면 짠하기도 하다. 그리고 뭔가 액션을 위한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촬영 시작 전에 '조각도시'만의 톤 앤 매너가 어떻게 될지를 회의를 많이 했다. 저희 작품에서 나오는 액션이 현실적인 건 아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벽을 타는 등 만화적인 것도 나오는데, 그게 납득이 되도록 구성할지를 회의를 많이 했다. 액션은 항상 힘들고 예민한 작업 같다.

▲ 교도소에서 각성하면서 변화하는데, 그 부분 역시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하는 게 고민이었을 거 같다.

= 교도소 각성도 잘 표현해야 하는데,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아는 맛을 잘 선보일 수 있을지, 그게 숙제였다. 교도소 장면들도 대역 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 앞모습은 거의 저이지만, 뒷모습은 전문 선수분들이 해주시기도 했다. 교도소 장면들은 다 힘들었다. 교도소에서 싸우는 장면도 5일을 찍었다. 또 카 체이싱부터 차에 치이는 장면들도 오래 공들였다.

▲ 감정이 깊은 지점도 많았다. 촬영 후유증은 없었나.

= 저는 캐릭터로 인해 감정에 휘둘리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진 않았던 거 같다. 연기이기 때문에 끝나는 순간 분리가 되는 거 같고. 다만 준비하는 데 있어서 긴장 많이 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표현해내는 것에 있어서 부담이 되는 촬영이었다.

▲ 태중이 사회에서도 열심히 살지만 교도소에서도, 밖에서도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그런 태중을 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을까.

= 처음엔 체중 변화를 가지려 하지 않았는데, 교도소 장면을 찍으면서 살이 좀 쪘다. 너무 힘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화면에 같이 묻어져서 나오는 게 더 좋았다. 분장의 힘도 많이 빌렸다. 수염부터 피폐한 분장을 하고, 조명까지 받으니 더 달라 보였다. 몸무게를 재 보진 않았지만, 모니터를 보면 확실히 달랐다. 복근은 제 복근이 아니다.

▲ 요즘 더 '열일' 하는 느낌이다.

= 요즘 더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더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열정적인 시기가 아닌가 싶고. 어릴 때보다 지금 낼 수 있는 색이 다양해지는 나이인 거 같고. '조각도시'를 찍고, 그 후 작품들을 하면서 많이 바빴다. 개인 생활이 없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얘기 하는 게 재밌는 거 같다.

▲ 내년이면 40세가 된다. 40대를 앞두고 마음가짐이 바뀐 걸까.

= 돌이켜보면 저는 계속 쉬지 않고 활동해왔다. 일일 드라마부터 작은 작품들까지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됐다. 감사하게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포기했던 것들이 포기하지 않은 것보다 많더라. 그런데 포기 안 한 게 딱 하나가 연기더라. 그래서 계속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

▲ 도경수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생각보다 많이 붙지 않더라. 사실 같이 하는 걸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아서 아쉽더라. 그래도 요한이라는 역할을 잘 표현해줘서 그게 저에게 시너지였다. 요한이가 얼마나 미스터리하고 무섭냐에 따라 저희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하더라. 연기하면서 저도 무서웠다. 마지막 액션을 하는데 칼을 막 휘두르는데, 눈이 돌아가 있는 거 같을 때가 있다. 진짜 얘가 이걸로 날 때리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 요한이가 죽지 않으면서 시즌2를 기대하게 한다.

= 그런 결정이 태중이 나름의 복수 같다. 태중이는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단이 아닌, 요한이가 지은 죄를 끝까지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태중이의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시즌2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재밌게 봐주셨다는 거니까. 고민은 될 거 같다. 정말 힘들어서.(웃음) 당분간은 액션을 안 하고 싶다.

▲ 교도소 마지막 부분 카 체이싱 장면을 보면서 '조각도시'가 갑자기 '오징이게임'이 됐다는 반응도 나오더라.

= 모두가 우려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지 않다. 그걸 우리가 믿어서 그걸 어느 순간부터 믿고 갔다.

▲ 현재는 '메리베리러브' 촬영 중 아닌가.

= 일본 합작은 제가 궁금해 하고, 2~4년 전부터 준비했다. 운이 좋게도 작품을 만나서 하게 됐는데, 정말 재밌다. 일본과 한국의 프로덕션은 차이가 있고, 스태프들의 성향과 준비 과정도 정말 다르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에너지도 다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겐 당연한데, 그쪽에선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어서 예민하게, 조심하게 촬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르적 특성상 로맨틱 코미디라 재밌게 웃으면서 촬영하고 있다.

▲ 상대역인 일본의 이마다 미오가 지창욱의 연기를 어릴 때부터 봐왔고, 함께 연기하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기하니 어떻던가.

= 홍콩 라인업 발표회에서 그런 말을 한 지 몰랐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상대 배우의 리액션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연기를 했을 때 일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알 수 없어서 현장의 스태프나, 배우들을 예민하게 보는 편이다. 재밌어 하면 재밌어하는구나. '메리베리러브'는 너무 다른 남녀가 만나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라 더 궁금하다.

▲ 요한 외에 많은 악역이 나왔는데, 욕심나는 인물이 없었나.

= 백도경이나 요한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태중이보다 덜 힘들었겠다 싶었다.(웃음) 콘텐츠 촬영을 하는데, 하고 싶은 역할을 꼽는데 태중은 하나도 없더라. 특히 요한은 상상의 여지가 많은 인물 같아 욕심난다. 경수가 정말 잘했지만, 판타지스럽고, 그로테스크하고, 공간 자체도 특이하고, 직업도 그렇고.

▲ 작품을 하면서 책임감도 커질 거 같다.

= 이게 직업이고, 일을 하면서 돈을 받고, 그 부분에 대한 책임감이 든다. 그래서 때론 더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와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작업을 해나가는 거 같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제가 뭘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제가 하는 작품이 부끄럽지 않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투자가 돼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고, 그래야 다시 투자가 들어오고 이런 것의 연속인데, 흥행만 신경 쓰면 제가 작품을 못하겠더라. 어떤 게 잘 될지, 못 될지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작품이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저에겐 가장 큰 마음인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