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바치는 보고서"…이창용 한은 총재의 '사모곡' [강진규의 BOK워치]

"개인적으로 이 연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를 어머니께 드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연명의료'를 주제로 연 한은-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면서 미리 배포한 원고에는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얘기였다.

한은은 이날 생애말기 연명의료에 대한 구조개혁 보고서를 내놨다.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연명의료가 환자에겐 고통을, 가족과 사회엔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 총재는 "저희 어머니가 올해 8월에 돌아가셨다"며 "가족들끼리 이(연명의료) 문제를 많이 논의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영양제는 더 넣지 말고 통증만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이 총재는 "나중에 지나고 보니 어머니에게도 좋은 선택이었고, 또 사회적으로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며 "이 연구를 어머니한테 드리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어머니 고(故) 윤양호 여사는 지난 8월 말 별세했다. 이 총재가 부고를 알리지 않아 동생인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의 이름만 부고장에 들어갔다. 윤 여사는 장남인 이 총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도 어머니를 모시면서 느낀 점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이 지난해 내놓은 돌봄 보고서에서 당시 주로 지적되던 저출산 문제에 따른 아이 돌봄 문제와 함께 노인 돌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도 이 총재의 개인적 경험과 관계가 깊다는 후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