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1만2000%, 못 갚으면 SNS '박제'…초등생 자녀에 협박도

대구 기반 불법 대부업체 일당 검거
서울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173명에게 5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1만2000%의 천문학적 이자를 뜯은 미등록 대부업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이자제한법 위반 혐의로 불법 대부조직 총책 A(28)·B(28)씨 등 12명을 검거하고 영업팀장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별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대구 남구·달서구 일대 아파트를 임차하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이라며 중고교 동창을 총책, 영업팀 등으로 끌어들였다. 영업팀원들은 텔레그램으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불법으로 손에 넣은 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학생, 주부, 실직자 등에게 100만∼500만원을 연 4000∼1만2000% 이율로 빌려줬다.

피해자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으로, 담보를 잡지 않는 대신 본인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업체에 보냈다. 일당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지인들에게 "피해자가 유흥업소에 나간다"는 식의 허위 메시지를 보내는 등 악질적 추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자의 초등학생 자녀에게까지 협박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계정을 만들고 차용증을 들고 있는 피해자의 사진이나 허위 사실을 올린 뒤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자는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일당은 대포폰과 가명을 사용하고, 개인별로 5∼6개의 메신저 계정을 번갈아 사용하는 등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범행을 위해 대단지 고층 아파트를 사무실로 빌리고 1∼3개월에 한 번씩 이전했다. 수익금은 대포계좌로 관리하며 상품권과 현금으로 환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지난 8월 이들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15대와 노트북 7대, IP 변작기 5대, 현금 239만원 등을 압수했다. 또 현장에서 영업팀장과 영업팀원 등 5명을 검거해 전원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일에는 피의자 5명을 추가 검거하고 휴대전화 7대, USB, 노트북 4대, 현금 26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은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불법대부업, 고리대금 행위, 채권추심 범죄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수사 활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