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조준한 집단 소송 화살…"징벌적 손배 책임 묻겠다"

법무법인 대륜 美법인, 뉴욕연방법원 소송 예고
"韓 소송과 별개 법리 다툼…약 200명 참여 의사"
약 3370만 개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쿠팡의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이 추진된다.

법무법인 대륜이 미국 현지에 별도로 세운 법인 로펌 SJKP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모기업인 쿠팡 아이엔씨(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국일 대륜 경영대표변호사는 회견에 직접 나서 "쿠팡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사법 시스템의 강력한 칼날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아이엔씨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김 경영대표는 "미국에서의 집단 소송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는 별개"라며 "한국에선 소비자 피해 배상에 집중한다면 미국에선 상장사의 지배 구조 실패와 공시 의무 위반을 다루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소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법원에서 쿠팡 모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소송은 한국 재판과는 다소 다른 법리 싸움이 될 거란 얘기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약 200명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는데, 이들이 미국 소송에도 동시에 참여했다고 김 경영대표는 밝혔다. 원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경영대표는 "쿠팡 본사의 역할은 한국에서의 민사 소송만으로는 밝혀지기 어렵다"며 "미 소송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의 관계에서 본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송인이 추가되는 대로 가급적 연내 미 법원에 소 제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뉴욕 현지 법인 SJKP가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맨해튼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에 마련된 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사진=대륜 제공)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에선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의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김 경영대표는 "선례를 토대로 중대한 과실이 있는 쿠팡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지배구조·위험관리 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은 2021년 전·현 고객 및 잠재적 고객 766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돼 파문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T모바일은 합의금으로 3억5000만달러(약 5100억원)를 지출했다. 이와 별개로 사내 보안시스템 강화에 최소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법원에 약속했다.

2017년에는 미국의 소비자 신용평가사 에퀴팩스(Equifax) 해킹 사건으로 미국 성인 절반이 넘는 1억4300만 명의 신용정보가 한 번에 유출된 적도 있다. 당시 에퀴팩스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최대 7억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국내에선 쿠팡이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와 관련된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힌 이후 쿠팡을 상대로 공동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지어 제기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