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야당 국힘, 필리버스터 카드도 빼앗기나…"일당 독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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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의회민주주의 정면으로 부정"
조국당조차 "법안의 정신만 훼손" 우려
8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이 우선 처리를 예고한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장 출석 의원이 60명 미만일 경우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원 1인이 장시간 필리버스터 발언을 하는 동안 다른 의원들도 규정 인원 이하로 본회의장을 비워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필리버스터는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에 대해 소수 정당이 무제한 토론을 통해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제도다. 법안 통과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입법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처리 시점을 늦출 수 있어 소수 야당이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카드로 기능해 왔다.
국민의힘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을 저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여러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며칠에서 수십일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기간 본회의장을 밤낮으로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필리버스터 법안 수를 늘려 본회의 처리 시점을 그나마 늦추는 것이 야당이 할 수 있는 입법 저지 수단인데, 그마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는 의회 다수당 독재에 대한 마지막 견제 장치”라며 “의회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당 독재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석수가 적은 비교섭단체 정당들은 아예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도 어려워진다는 게 야당 지적이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도 필리버스터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숙의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 차원에서 도입했다"며 "그런데 특별한 실익도 없이 법안의 정신만 훼손하는 개정안에 대해 조국혁신당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