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파트인데 "안팔려요"…올해 건설사 2300곳 사라졌다 [돈앤톡]

1년 만에 53% 급증한 악성 미분양…12년 만에 최대
미분양 쌓이고 경기 침체…건설사는 '유동성 위기'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한경DB
전국 미분양 주택이 다시 7만 가구에 근접했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3만 가구 가까이 쌓여 12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9일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등록이 말소되거나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사는 767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사라진 건설사만 2301곳에 달한다. 지난해 건설사 3072곳이 문을 닫으며 8년 만에 폐업 건설사 3000곳을 넘어섰는데, 현재까지의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폐업 건설사도 300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이 휘청이는 가장 큰 이유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미분양 물량에 있다. 분양 부진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건설사의 현금 흐름이 꼬이면서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결국 이를 버티지 못해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 아래로 내려온 이후 7월 6만2244가구까지 감소했지만, 이내 반등하며 7만 가구에 근접했다. 이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5만1518가구가 지방에 위치했다.
사진=한경DB
공사가 다 끝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8080가구에 달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8307가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3%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85%에 해당하는 2만3733가구가 지방에 몰렸다.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신규 분양 물량도 미분양으로 속속 전환되면서 건설사를 옥죄고 있다. 충남 천안 '천안휴먼빌퍼스트시티'는 1222가구 모집에 단 72명이 청약해 1순위 경쟁률이 0.06대 1에 그쳤다. 경북 영주 '효성해링턴플레이스영주더리버'(0.7대 1), 경북 김천 '김천혁신도시동일하이빌파크레인'(0.47대 1) 등 최근 지방에서 청약받은 아파트 상당수가 평균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 속에서 수요가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확실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 달서구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 불이 꺼져 있다. 사진=한경DB
분양에 나선 아파트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준공까지 맞이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2022년 10월 분양한 충남 내포신도시 한 단지는 미분양 여파로 시공사의 차입금 의존도가 80%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분양 외에는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점차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상황이 워낙 어려워 건설사들이 가지고 있는 분양 물량마저 중지시키는 상황"이라며 "분양은 안 되고, 금융비용은 불어나는데 회사채 발행도 어렵다 보니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지방은 개발이 느리고 정주 환경도 수도권만 못하다 보니 거주자들도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하지 않는다"며 "미분양이 쌓이고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버틸 체력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가 갈리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