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형주 큰손으로 떠오른 서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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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머니플로우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가 미국 중소형주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원전에 이어 암호화폐 관련주 중에서도 한국인 보유 비중이 두 자릿수에 근접한 종목이 등장했다.
트렌드 민감한 한국인 투자자
양자컴 이어 암호화폐株 싹쓸이
아이렌 8%·비트마인 7% 보유
세계 최대 이더리움 전문 투자기업 비트마인의 서학개미 투자금액도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의 비트마인 투자 잔액은 9억6562만달러다. 시가총액 대비 한국인 보유 비중은 7.4%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액은 13억982만달러로, 알파벳(17억5696만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제2의 스페이스X’로 불리는 민간 로켓 기업 로켓랩의 투자 잔액은 6억4631만달러다. 시가총액 대비 한국인 보유 비중은 2.6%다.
트렌드에 민감한 서학개미가 단기 급등한 미국 중소형주에 몰리면서 투자금액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양자컴퓨터와 소형모듈원전(SMR) 관련주에 투자가 집중됐다면 올 들어선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른 가상자산, AI 관련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초 양자컴퓨터 대장주 아이온큐의 시가총액 대비 한국인 보유 비중이 31%에 달했으나 이달 3일 기준 21.5%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양자컴퓨터 관련주 리게티컴퓨팅의 한국인 보유 비중도 같은 기간 17%에서 6.2%로 쪼그라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미국 중소형주 투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55억224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10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순매수(68억13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공격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 중소형주는 하루에도 두 자릿수 상승·하락률을 보일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장기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실제 대다수 국내 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된 비트마인 투자자 1만9216명의 평균 수익률은 -20.77%다. 아이렌 투자자 2만6538명의 평균 수익률도 -10.46%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원금 대비 손실이 아니라 고점 대비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할 때도 변동성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며 “중소형주에 자금을 전부 투입하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