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 된다" 칼 빼든 팀 쿡…애플 'AI 수장' 전격 교체

지아난드레아 부사장 퇴진…사실상 문책
구글·MS 거친 수브라마냐 긴급 수혈
"차세대 시리에 '제미나이' 탑재 검토"
존 지아난드레아 AI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이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애플 연례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DC)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플이 최근 뒤처진 인공지능(AI) 모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AI 조직 수장을 교체했다. 애플은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부사장이 AI 전략 총괄직에서 물러나고 내년 봄 은퇴할 때까지 회사 고문으로 일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은 2018년 애플에 합류해 AI와 머신러닝 전략을 총괄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자체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각종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올 초로 예정된 애플 음성비서 시리(Siri) 출시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AI 개발이 지연되면서 핵심 연구원들은 오픈AI나 메타 등 경쟁사로 연이어 이탈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월부터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의 시리 개발 권한을 박탈하고 마이크 록웰 비전 프로 책임자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 AI 책임자로는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고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AI 부문 부사장을 지낸 아마르 수브라마냐를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애플이 경쟁사 기술력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시리에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시장에서 15년 간 경쟁한 '앙숙' 구글의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애플의 AI 경쟁력이 떨어진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의 독자적인 '온디바이스 AI' 전략이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쟁사들이 수조원을 투자해 거대 데이터센터 기반의 고성능 AI 모델을 구축하는 동안 애플은 사용자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중심 전략을 고수했다. 그 결과 모델 크기와 성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