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韓 핵 개발시 제재 가능성 사실상 '0'에 수렴"

세종연구소 등재학술지 게재
연구진 " 민주적·대미 우호적·지정학적 한국
제재 대상 목록 포함될 가능성 매우 낮아"
지난 3월 북한이 공개한 전략 핵잠수함(SSBN) 건조 현장.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핵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제재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NPT는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대해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조약으로, 한국은 1975년 가입했다.

2일 심규상 미국 텍사스 주립대댈러스 교수와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미국 주도 반확산 제재의 비용'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통해 "한국의 핵잠재력 확대가 제재를 촉발한다는 통념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국가전략 2025년 겨울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존 국내외 담론에서 널리 인용되어온 설문 실험 기반 여론 약화 주장이 신뢰성이 낮은 전문가 견해와 부정확한 가상 시나리오에 기반해 자체 핵무장 여론을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은 8개국 중 1인당 국민총생산(GDP)가 25% 감소한 사례는 1990년 제재 직후 1991년에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겪은 이라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재 이후에도 1인당 GDP와 수출액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진은 핵 개발을 4가지 단계(농축·재처리 시설 가동→계획 수립→개발 공식화→1차 핵실험)가 제재 부과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전수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을 포함해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보유한 36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재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높인 단계는 '재처리·농축 시설 가동'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핵 개발 계획 수립, 공식화, 1차 핵실험 등 핵 개발의 후속 단계는 제재 부과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이지 않았다"며 특히 한국과 같이 민주적·대미 우호적·지정학적 중요도가 높은 국가는 제재 대상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핵 개발과 제재가 발생할 경우 1인당 GDP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모든 핵 개발 단계는 1인당 GDP 및 수출에 유의미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며 "제재 역시 경제지표에 통계적으로 일관된 부정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