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정책은 금융위·감독은 금감원…특사경 권한 모순, 개선 필요"[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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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출입기자단 대상 기자간담회
"한국 금융 보안투자 형편없다"
업비트·롯데카드 해킹에 ‘자본시장법급 규제’ 예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직격
"연임 욕구 과도…이사회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
"금감원도 옥상옥 구조…공공기관 논란, 단순 기싸움 문제 아니다'
다만 이 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금감원이 겪는 구조적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인지수사권도, 강제조사권도 없다 보니 2주 (수사가) 딜레이되는 동안 증거인멸이 다 일어난다"며 "형사소송법에는 '인지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감독 규정에서 막혀 있다. 제도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특사경 제도는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며 자본시장 수사체계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간담회는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첫 간담회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2025년 결산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지금 바꾸느냐', '과거 판단이 잘못된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을 텐데, 당시 상황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사정이 있었고, 지금은 그런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즉, 반성적 조치라기보다 정상적인 국제회계 기준(IFRS17)에 다시 맞춰 돌아오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이미 비준·채택한 기준대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시면 됩니다.”
▶업비트 보안 사고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부분. 업비트 제재 추가로 가능한 부분인지.
"업비트 해킹 사고는 발생 당일 바로 검사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은 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단계입니다. 가상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성인데, 이런 사고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전혀 아닙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서 시스템 보안과 관련된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할 지점을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지주 선임 관련해서 국정감사에서 BNK금융지주에 대해 절차적으로 특이한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발언 배경은?
"특정 회사를 지목한 것이 아니라 일반론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을 요구받는 조직인데, 실제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게 돼 있지 않다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보니, 연임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있는 것 같더군요. 그 과정에서 이사회가 자기 사람으로 채워지고, 임추위 후보도 실질 경쟁 없이 들러리처럼 세워지는 문제가 반복되면, 지배구조 건전성이 훼손됩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금감원도 지배구조 관련 TF를 출범시켜 사회적 논의를 수렴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특정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공적으로 관리·감시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은행들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등으로 생산적 금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징금·과태료 규모는 소비자 보호 관점을 관철하되, 그로 인해 정책적인 우려 상황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감안하고 있습니다. 위험가중자산(RWA)을 어떻게 인식할지, 일정 부분 유예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논의가 되고 있고요. 내년 모험자본, 생산적 금융 쪽에서 정책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와 계속 협의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홍콩 ELS 사태 관련 인적·기관 제재는 어느 수준인지.
"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가 같이 논의되고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위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첫 리딩 케이스라는 점에서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사고 이후에 소비자 피해 구제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같은 부분도 균형 있게 참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롯데카드는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결과에 따라 엄정한 제재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본질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제재 체계를 법률 개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도입하려고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감독 당국의 방향성은.
"현업에서 보고받기로는 내년 2~3월쯤 증권신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 안에 관련 우려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제도적 보완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안에 들어가 있고, 빅테크 진출로 인한 파괴력, 금융과 다른 사업이 결합될 때의 영향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점검할 생각입니다."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에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했는데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 제재안과 관련해서 보고를 받았을 때 크게 특이하게 문제 되는 부분은 솔직히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재심은 12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제재심에서 위원님들이 충분히 논의해서 결론을 내릴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거점점포 관련 제재심이 발행어음 인가와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가를 먼저 내주고 사업개시는 유예하는 방식도 가능한가.
"특정 회사를 거론하는 게 적절하진 않지만, 제재심은 충분한 논의와 숙성이 이뤄져야 결과가 나오는 절차입니다. 저는 개입하지 않고, 위원님들과 이해관계인·대리인들이 제한 없이 변론하는 구조입니다. 인가·제재 절차를 분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있는데, 그 부분은 금융위에서 최종적으로 정리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제재·검사에서 발견한 위험 요인을 보고하는 역할이고, 발행어음 인가 자체는 금융위에서 결정하는 절차입니다."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만들지만 규모가 작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사후 책임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 사전 점검을 강화한다는 의미인가. 제조사 제재가 강화되는 건가, 판매사 책임이 커지는 건가.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설계하지만 실제로는 판매사와 함께 설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먼저 챙기도록 표준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고, 업권별 간담회도 진행 중입니다. 금융회사들도 제조 단계에서 내부통제와 책임 구조를 강화해, 가족에게 권유하기 어려운 상품은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고위험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도록 자율적인 관리도 필요합니다.
위험 정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설명 의무, 판매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등 현실적인 부분을 실무 레벨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제조와 판매는 결국 연대 책임 구조로 갈 것이고, 판매가 주로 은행에서 이뤄지는 만큼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KPI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전처럼 상품만 만들고 끝나는 구조나, 뒤처리만 남겨두는 문제는 재발하면 안 됩니다. 업권별로 금융상품 판매 과정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편한 점은 언론께서 그때그때 지적해주시면 제도 변화 과정에서 최소화하겠습니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견이 컸다는 말이 있다. 심사 중단을 다시 요청할 가능성도 있나.
“당시 모회사 관련 이슈가 있었고, 금감원 입장에서는 위험이 있고 제재 대상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심사 중단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후 여러 논의가 있었고, 제도가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원칙에 대해 의견을 말한 것이지 발행어음 정책에 장애를 만들려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정책과 제재는 분리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제재는 엄정하게 하되, 인허가는 정책적 관점에서 넓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적 측면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튀는 행동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 중 금감원이 증권사 해외투자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점검하는지.
"직접적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규제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고요. 일부 금융사들이 수수료 수익이나 실적 목표 때문에 해외투자를 권유하면서 환리스크 노출, 헤지·언헤지 여부 같은 중요한 위험 요소들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서, 그 부분을 내부통제와 함께 들여다보려는 차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환율과 관련 개인 투자자로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 기회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서학개미라고 하면 청년층을 떠올리시는데,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청년층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고 40·50대가 주류입니다. 특정 세대를 겨냥해 규제하겠다는 게 아니고, 각 연령대 투자자들이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투자하고 있는지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검이 서학개미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서학개미를 겨냥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해외투자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증권사들이 수수료나 실적 목표 때문에 환리스크·헤지/언헤지 같은 중요한 위험 요소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내부통제가 작동하는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설명이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걸 점검하겠다는 차원입니다."
▶ 본인도 해외주식 투자자냐.
"(재산이) 1월에 공개되면 아시겠지만 저 역시 해외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산 기준으로 보면 해외주식 비중이 약 1% 정도 됩니다."
▶연말 대출절벽이 현실화됐는데 내년 여러 규제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국 논의 사항은.
"시중은행 상당수가 대출 가이드라인을 넘는 부분이 확인돼 있고, 몇 곳은 연말까지 한도 목표를 초과할 상황인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도에 반영되는 부분이 대출절벽을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출 관련 충격이나 대출절벽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금융위와 공조해서 대처할 예정이니, 그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저신용자 대출금리 인하 필요성에 관련 당국 협의 사항은.
"그 부분은 정책 당국의 영역이라 제가 구체적인 메뉴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감독당국으로서 실질적인 서민금융 후생 효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중소금융 쪽에서 이런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와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금감원이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습니다."
▶금융사 영업 제재를 두고 금융위와 표결까지 가고 특별사법경찰 인지수사권 등에서 이견이 나왔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는 어때야 하나.
"금융위와 항상 긴장 관계라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책과 감독에서 약간의 이견은 있을 수 있고, 그때마다 조율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금융위가 중심을 잡고, 현장 감독은 금감원이 모든 영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존중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와보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금감원 특사경이) '강제 조사권'이 없고 '인지 수사권'도 없다는 게 가장 크고 실질적인 한계였습니다. 실제로는 증거인멸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2주 이상 딜레이가 생겨 다 놓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형사소송법에는 ‘인지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감독 규정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제도 자체의 모순입니다. 그래서 특사경 제도는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자본시장 분야에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생금융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조치할 권한이 부족한 게 문제라서 이 부분은 금융위도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향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방향성은.
"조직개편의 큰 방향은 제조와 판매 영역의 책임을 나누고 구체화해서 사전 예방적인 소비자 보호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업권별로 소비자 보호를 총괄하는 부서를 배치해서 사고가 난 뒤에 사후 구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품 제조·판매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조직개편은 12월 말 정도 정리하고, 그에 따른 임원 인사는 1월 10일 전후로 마무리되는 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 3개월 소회. 금감원 경영평가 B등급으로 직원 사기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금감원장이라는 자리가 극한직업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전문 영역이 아니라 힘든 점도 있지만, 국정감사 과정에서 체계를 잡는 좋은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직원들 사기 문제는 저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밖에서 보면 권한이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초과근무수당도 없습니다. 저희 조직은 자치적 예산 편성권이 전혀 없고, 모든 것을 금융위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 논의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아니라지만, 실제 운영 구조는 두 개의 정부기관으로부터 동시에 감독받는 ‘옥상옥’ 구조입니다. 저희가 조사해 봤지만 이런 형태의 공공기관은 대한민국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초과근무수당이 없어 현재 구조 그대로 고발이라도 당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제가 처벌받을 상황입니다. 그만큼 제도적 모순이 있는 구조입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