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EU 긴급 방문, 철강·배터리·탄소규제 현안 집중 협의

사진=연합뉴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월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과 네덜란드를 방문한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의 주력 산업을 위협하는 EU의 신규 통상 규제를 풀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산업통상부는 여 본부장이 브뤼셀 방문해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시 세프초비치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난다고 발표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EU가 예고한 공개한 철강수입 규제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 EU는 오는 2026년 6월 현재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가 만료되는 것에 대비해 새로운 무관세 쿼터 체계를 제시했다.

핵심은 연 3053만t 글로벌 철강 쿼터를 1830만t으로 47% 감축하고, 이 한도를 초과하는 수입 철강에 대해서는 현재의 25%에서 50%로 관세를 2배 인상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393만t의 철강을 수출해 중국 다음으로 2위 공급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EU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 철강 산업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의 이번 방문 협상에서 EU의 배터리 규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EU는 2026년 1월부터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정보를 공시하고, 이에 따라 탄소배출량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확대된 CBAM 체계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 제조업이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규제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산 배터리와 전기차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 본부장은 브뤼셀 협상을 마친 후 유럽 물류 허브인 네덜란드로 이동한다. 로테르담 항구와 공동물류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과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

현지 진출 기업들과 간담회를 통해 물류·통관 과정의 실질적 애로사항을 듣기로 했다. 최근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유럽 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물류 인프라 강화를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을 청취하려는 취지다.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로, 한국 기업들의 유럽 물류 거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 본부장의 이번 브뤼셀·네덜란드 방문은 EU 핵심 통상현안에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물류·시장진출 애로를 해소하려는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EU와의 고위급·실무급 협의 채널을 적극 활용해 안정적 통상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