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세일에 실망…퇴색한 '블랙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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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CNBC는 28일(현지시간) "블랙 프라이데이가 기대 이하의 실망감을 주는 이벤트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최대 명절로 꼽히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로, 여러 대형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목'으로 꼽혔다.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쇼핑몰 오픈런이 펼쳐졌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고 유통업체들이 할인 판매 기간을 앞당기거나 연장하는 등 분산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오프라인 매장이 과거만큼 북새통을 이루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옛 캐나다 시어스백화점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마크 코헨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진정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예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이 최저가였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가격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연말 시즌에 다가갈수록 소비자들은 더 낮아지는 행사 가격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대대적으로 할인에 들어가는 '박싱데이'의 할인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CNBC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유통업계의 중요한 소비 대목이라고 했다. 다만,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 수는 최근 몇 년간 정체됐고, 이를 잘 아는 유통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할인 행사를 '올인'하기보다는 할인 이벤트 기간을 분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수 유통업체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11월 중순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해 추수감사절이 끝난 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까지 프로모션을 이어간다.
조지아주립대 경영대학원의 데니시 샤 교수는 "예전에 특별 할인 행사를 기다리며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던 광경을 기억한다"며 "반면 지금은 할인 행사가 며칠씩 이어지고, 소비자들은 매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한다"고 했다.
여기에 과거보다 제품 가격 변화 정보를 얻기 쉬워진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위장 할인'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회의감을 갖게 된 것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가를 올린 뒤 할인율을 높이는 식의 수법으로, 사실상 과거 가격과 동일한 가격을 '블랙 프라이데이 특가'로 허위·과장 선전해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의 소니아 라핀스키 글로벌 패션 부문 대표는 "소비자들은 할인 품목에 대한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진짜 저렴한 가격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사라졌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긴박감을 조성한다는 생각은 이제 사라졌고, 특가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종의 사기처럼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