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핫플레이스 구조를 해부한 리테일 전략서

와이즈맵, 12상권, 약 500개 핫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
불황 속에서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 '핫플레이스' 분석
입구를 숨겨놔서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게 한 서울 신당동의 스피크이지바 <주신당>, 막걸리를 중심으로 한 전통주에 고사리 링귀니 같은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 동묘의〈존앤마크>, 밥 먹으며 힐링까지 가능한 용산 은행나무길의〈온천집〉…. 독특한 문화 코드를 중시하는 힙스터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공간이다. 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걸까.

빠르게 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사람의 발길이 향하는 상권 역시 크게 바뀌었다. 한때 대기업과 외국계 브랜드들이 입점한 명동·강남·신촌 같은 전통적 번화가가 최고 상권이었다면 어느 순간 익숙하고 진부한 거리 대신 독창적인 기획과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골목이 트렌디한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는 한적한 골목에 과감히 첫발을 내디딘 ‘플레이어’가 있다.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 사진 맛집으로 불리는 포토스팟,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디자인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들이다. 그들의 시도는 다양한 해시태그를 만들고 사람을 줄 세우며, 결국 지역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그 매력을 포착한 패스트 팔로워가 모여들며 골목은 하나의 ‘핫플레이스’로 완성된다.


'핫 플레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들'(와이즈맵)은 신지혜 작가가 쓴 오프 전부터 줄 세우는 가게들의 성공 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지은이는 서울대 지리학과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을 거쳐 2002년 12월부터 상업용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가 분양을 벗어나 테넌트와 콘텐츠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해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의 상업시설 개발 전문가다. 2015년부터는 부동산·콘텐츠 업계의 플레이어 120여 명이 모이는 ‘Retail Networking Night’를 기획해 연 2회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생한 트렌드를 공유하는 네트워킹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한두 시간은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몇 시간 대기했다는 피드가 올라오고, 나도 가봤다는 인증이 쏟아지는 곳들이다. 이렇게 기발한 발상으로 무장한 핫플레이스와 수고로움도 감수하고 찾아는 2030세대 덕분에 골목에 활기가 살아난다. 이 책에는 SNS에서 한 번쯤 봤거나 당장 찾아가 보고 싶은 매력적인 500개 이상의 핫플이 총망라돼 있다. 리테일 디벨로퍼와 플레이어에게는 기획과 브랜딩의 실전 노하우를, 도시 여행자에게는 ‘요즘 뜨는 곳’을 알려주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또 핫플의 시작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함께 거리를 키워낸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담은 기록이다. 수년간 전국 상권을 탐방해온 리테일 디벨로퍼가 직접 엄선한 ‘즐겨찾기’ 핫플을 소개하는 비밀 노트이기도 하다. 천재적인 플레이어가 만든 아홉 개의 상권과 새롭게 성장하는 세 개의 상권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리테일의 성장 공식을 살펴본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