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인들이 몰래 듣는 '저항의 수다'

저항의 수다

부밍바이 팟캐스트 지음
최종헌 옮김
글항아리 / 456쪽│2만5000원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상하이 전면 봉쇄가 절정이던 2022년, 중국인들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온라인 감시 속에 갇혀 있었다. 그때 조용히 등장한 팟캐스트가 있다. 이름부터 ‘도무지 모르겠다’는 뜻의 ‘부밍바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위안 리가 휴대폰 하나로 시작한 이 방송은 중국에서 공론장이 사라진 순간에 오히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몰래 듣는 대화방’이 됐다. 정부 비판이 금기인 사회에서 전문가, 농민공, 영세 사업자까지 다양한 이들이 나와 현실을 이야기한 이 프로그램은 중국 내부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모두가 아는 저항의 매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번역 출간된 <저항의 수다>는 2년간 100여 편을 넘긴 부밍바이 방송 가운데 핵심 인터뷰 25편을 추린 기록집이다. 건강코드 감시 체제, 제로 코로나의 정치적 논리, 봉쇄 속 생존 위기 등 팬데믹 동안 중국이 겪은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짚는다. 차이샤·페이민신 같은 정치학자의 분석부터 농민공의 고단한 증언까지,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금기된 말들이 책 안에서 생생하게 복원된다. 검열로 청취가 가로막히자 중국 청년들이 발췌본을 ‘읽는 방식’으로 팟캐스트를 소비했다는 사실도 중국 사회의 독특한 정보 흐름을 보여준다.

이 책이 포착한 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의 기록이 아니다. 통제와 억압 속에서도 시민들이 질문을 되찾고 저항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백지운동 참여자, 언론의 틈새를 찾는 기자, 민주주의를 꿈꾸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중국 내부에서 여전히 변화의 감각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중국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가장 생생한 ‘지금의 중국’을 들려주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