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학원' 꼬리표 어떻게 떼나…해법 모색 나선 로스쿨 교수들

암기보다 추론 역량 길러야
"변호사시험 출제범위 제한시켜야" 한목소리
기조연설에 나선 오수근 명예교수 / 사진제공=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로스쿨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호사시험 합격에만 초점이 맞춰진 로스쿨의 현 실태를 재조명하고, 암기 위주의 변호사시험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원장 홍대식)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법학 교육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25년 대한민국 법학교육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수근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국내에는 변호사 수와 관련된 논의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법학 교육에 대한 논의는 부재하다”며 “표준화된 교수법을 만들고 암기 역량보다 법조인에게 꼭 필요한 추론력을 길러 실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핵심 쟁점도 AI가 요약해 주는 시대에 단순 판례 암기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곧바로 실무에 뛰어들게 하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표준판례 개정안과 실무적 법학 교육 개선 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홍영기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현행 변호사시험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교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 남짓인 상황에서 전국 모든 로스쿨은 ‘변시 합격학원’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이이 암기 위주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표준판례를 만들어 그 범위 안에서 변호사시험을 출제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단순히 1만2000개 판례를 외운 변호사를 반복해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로스쿨 제도 도입 첫해에 입학해 법학 교수가 된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1기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로스쿨이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도입 초기 취지와 달리 ‘변시 학원’으로 변모한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며 “판례 암기가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실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안을 로스쿨 교수 개인들도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