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리던 트럼프의 변심?…'엔비디아' 주가 출렁인 까닭 [종목+]

중국에 H200 칩 수출 허용 논의
미국이 승인한 H20보다 성능 높아
중국은 국산화 드라이브…"H200은 절충안"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인공지능(AI) 가속기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해 온 기존 정책기조에서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다만 의회 내 대중 강경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며칠간 H200 칩의 대중 선적 여부를 놓고 초기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내부 논의 단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H200 칩 수출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첨단 칩 대중 수출 제한’과는 결이 크게 다른 조치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지속적인 로비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슨 황 비디아 CEO는 올해 내내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수출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보도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2% 뛰며 184.29달러까지 올랐다.

엔비디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 규제 환경에서는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거대한 시장을 빠르게 성장하는 외국 경쟁사들에 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시장에서 제외되더라도 미국 고객 공급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H200은 현재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을 허용하는 H20보다 성능이 우위인 모델이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 아키텍처인 ‘호퍼’ 기반이며,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최신 ‘블랙웰’ 라인보다는 한 세대 뒤처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블랙웰 칩 수출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정상회담에서 실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행정부가 ‘현재 제한 중인 칩’의 중국 판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블랙웰이 더 이상 가장 첨단 칩이 아니게 되는 시점에는 중국 수출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회담 이후에도 양국은 미국이 중국에 ‘판매해도 수용 가능한’ 칩의 범위를 두고 비공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AI 칩을 앞세워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국 기업은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선호한다. 다만 베이징은 H20 등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기업들에 권고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H200 판매가 블랙웰 대비 ‘완화된 수준의 양보’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어떠한 추가 판매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성을 확대할 의도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후 미국은 조건부로 H20 판매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매출의 15%를 가져가는 이례적 구조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당시 “중국을 미국 기술에 중독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최고 기술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을 제공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기업들에 H20 구매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8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블랙웰의 ‘저가형 버전’ 판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의회에서는 초당적 수출통제 법안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상원에서는 중국에 대한 ‘모든 제한 칩’의 수출 허가를 의무적으로 거부하도록 상무부에 규정하는 초당적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H200 판매 논의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