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트루웨스트'로 16년 만에 무대…매번 겁이 나지만" [인터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도윤이 연극 '트루웨스트'로 연기 열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트루웨스트'는 1980년 미국 극작가 샘 셰퍼드가 발표한 대표작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형제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라이선스로 초연된 이후, 배우 오만석, 배성우, 서현우, 조정석 등 다수의 스타 배우들이 참여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즌은 지난 9월 30일 상연을 시작해 오는 12월 14일까지 선보여질 예정이다.

김도윤이 연기하는 역할은 형 '리'다. 리는 사막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형으로, 반대로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동생 '오스틴'과 충돌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연극 '트루웨스트'/사진=레드앤블루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활동해온 김도윤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09년 '별방' 이후 16년 만이다. 그는 오랜만의 연극 소감을 묻는 말에 "정말 힘들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겁도 나고 한데, 매회 똑같이 겁이 난다. 그런데 또 자고 일어나면 다시 하고 싶다. 그런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연 시간 2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며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비슷한 대사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서 실수하기 쉽다. 한 번 잘못하면 장면이 점프되는 요소가 많아 연습실에서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뒤 더 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트리플 캐스팅 체제로, 오만석이 연출과 함께 리로도 출연하고 김다흰도 캐스팅됐다. 김도윤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고, 경험도 많은 분들이다.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저분들의 연기나 해석, 감성을 카피해야 하는 게 맞나 혼란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연습 중반부쯤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너무 잘하는 배우들이고, 따라 한다고 해서 똑같이 잘할 수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더 날것으로 부딪혀 보자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다소 자기 멋대로 보일 수 있는 리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김도윤은 "리를 보며 저도 '왜 이렇게 삐뚤게 반응하고 거칠게 사나'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어느 순간 접점이 보이면서 연민이 생겼다. 오스틴도 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도 형을 자기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통제하려 하지 않나. 리는 그걸 견디지 못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집을 떠났는지, 왜 그렇게 괴로운 집으로 돌아왔을까 생각하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며 "하지만 그를 알게 돼도 닮고 싶진 않더라"고 웃었다.

김도윤은 "리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게 제가 연기하는 리의 핵심이다. 부모, 형제가 있는데 왜 외롭냐를 묻는다면, 그게 바로 리의 이야기이자 제가 해석한 내면"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트루웨스트'/사진=레드앤블루
리의 고뇌와 폭발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김도윤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맥주캔을 던지는 장면도 추가했다. 극 중 음주 장면은 "무알콜 맥주"라고 해명한 그는 "폭발적으로 튀지만, 객석으로는 튀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이제 그런 지점들로 잘 던진다. 감정에 따라 던지는 횟수가 다르다. 어떨 땐 한 번, 어떨 땐 세 번 이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는 다른 배우들과 스타트부터 완전히 다르다"며 "매번 다르게 가려고 한다. 핵심적인 대사는 바꾸지 않지만, 캐릭터 성향도 다 다르고, 연출님도 그걸 장려하시는 편이라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책임감도 느꼈다. 김도윤은 "촬영은 연기를 하면 제 일이 끝나는 건데, 연극은 내 연기의 장점을 취합해 편집까지 해야 한다"며 "선택을 많이 해야 하는 작업이다. 한 번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압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연기만큼은 여전히 제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제 이름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트루웨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들 봐주시고, 제 연기도 좋아해주셨으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