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 기업 총수가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기의 치맥 회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모임은 뜻밖에도 한 엔비디아 직원의 손에서 시작됐다. 평소 깐부치킨 삼성점 단골이던 이 직원이 회동 장소로 해당 매장을 예약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사인을 남기고 있다./영상=독자 제공 삼성점을 운영하는 매장 점주는 “(예약자가) 평소 매장을 자주 찾으시던 분이었는데 한 2주 전쯤 두 테이블을 예약했다. 당일에 누가 오는지는 저도 그 전날에야 알았다”라며 “처음에는 매장 운영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 물었는데, 회동 때 매장을 얼마나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 매장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사인이 붙어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해당 직원은 이번 만남의 기획자로 알려진 황 CEO의 딸 메디슨 황과도 평소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 장소가 전국 깐부치킨 매장 중 삼성점으로 결정된 것도 두 사람이 장소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 직원이 해당 매장을 추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엔비디아코리아 사무실이 삼성역 인근에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 적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디슨 황도 ‘깐부’가 친한 친구를 뜻하는 은어라는 점에 주목해 이 브랜드를 회동 장소로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점 매장 안쪽 냉장고에는 회동 당일 황 CEO가 다시 매장을 찾은 흔적도 남겨져 있다. 매장 관계자는 “그날 매장에 들른 뒤 ‘지포스’ 행사에 참석하러 가셨다가 밤늦게 다시 와서 사인을 남기고 가셨다”고 말했다. 황 CEO는 회동 당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를 마친 뒤 밤 11시께 직원 30~40명과 함께 다시 매장을 방문해 냉장고에 사인을 한 뒤 돌아갔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 매장 입구에 안내문이 부착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이후 매장은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오후 4시께 찾은 매장은 회동 이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비교적 한산한 평일 낮 시간대에도 전체 좌석의 3분의 2가량이 손님들로 들어차 있었다. 매장은 홀 손님과 포장 손님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까지 멈춰 서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회동이 이뤄진 자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 매장 점주는 출입문에 “젠슨 황 CEO 테이블 좌석은 모두를 위해 이용 시간을 한 시간으로 제한한다. 방문하시는 분들 모두 좋은 기운 받아 가시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기도 했다.
매장 관계자는 “목요일에 다녀간 후로 금~토요일 이틀간 매출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나왔다”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데 매장 공간에 한계가 있어 발길을 돌리는 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너무 많아 가족들까지 매장에 나와 일을 돕고 있다. 홀 손님 응대가 우선이다 보니 배달이나 포장 주문은 재료 상황을 봐가며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한 고객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손님들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젠슨 황 테이블’에 앉은 이모 씨는 “지인들과 코엑스에 왔다가 혹시 해서 매장에 전화했는데 바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운 좋게 앉았다”라며 “기업 총수들이 앉은 자리라서 그런지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에 젠슨 황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기에 삼성점뿐 아니라 깐부치킨 전 매장에 주문이 몰려 회사는 지난 주말 경기도 용인에 있는 본점을 포함에 전국 14개 직영점 영업을 중단했다. 재료 수급이 어려워질 정도라 가맹점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서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내부 데이터를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현재 전 직원이 매우 바쁜 상황”이라며 “대표님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중으로는 직영점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