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예상밖 '매파' 발언…"12월 인하 기정사실 아냐" [Fed워치]

FOMC, 29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美 기준금리 연 3.75~4.0%로
파월의 매파 발언에 증시 찬물
월가, 12월 동결 가능성에 베팅
제롬 파월 Fed 의장(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29일(현지시간)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음 회의인 12월 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1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예상 밖 매파 발언에 시장은 12월 동결 가능성에 급속도로 베팅하기 시작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까지 9.1%였던 12월 동결 가능성은 한국 시간 30일 오후 3시 70% 이상으로 올랐다.

12월 회의 결정 안 내려

FOM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간 고용 측면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파월 의장 또한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이 명확히 식어가고 있으며,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최근 몇 달 동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초 이후 고용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며 “이러한 둔화의 상당 부분은 낮은 이민과 노동참여율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둔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 수요 역시 명확히 약화했다”고 밝혔다.

보통 파월 의장이 경기 둔화에 대한 리스크를 이 정도로 우려하면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파월 의장이 12월 금리 인하의 기대치에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2월 (FOMC) 회의에서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며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또 “핵심은 12월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상 가능성 등장

파월 의장의 예상 밖 매파 발언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이날도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낙관론으로 급등 출발했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30일 오후 3시 기준 12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0.4%, 심지어 인상할 가능성은 29.6%로 반영했다.
국채금리도 즉각 반응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08%로 전장 대비 9bp(1bp=0.01%포인트) 상승해 4%대로 올라섰다. 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같은 시간 3.60%로 전장 대비 10bp 급등했다.

파월 의장은 또 “우리는 지난 1년간 누적으로 150bp를 인하했으며 현재 금리는 다수 추정치 상 중립 금리 범위에 들어섰다”며 “그래서 ‘한 사이클 쉬어가자’는 목소리도 커졌다”고 밝혔다.

양적 긴축 12월 종료

파월 의장은 이날 “보유 유가증권의 순감축(양적긴축)을 오는 12월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기 둔화와 고용 리스크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기관증권의 상환분은 재투자하지 않고, 그 수익을 재무부 단기채에 재투자해 포트폴리오의 평균 만기를 단축하고, 장기적으로 재무부 증권 중심의 대차대조표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Fed가 보유 중인 모기지담보증권(MBS) 등 기관채권이 만기 도래 시, 그 자금으로 다시 같은 자산을 매입하지 않고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의미다. 즉, 자산을 만기 그대로 두어 Fed의 대차대조표(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서서히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재무부 단기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보유 자산의 평균 만기를 단축해 유동성을 더 신속하게 회수하고, 자산 구성을 보다 단순하고 안전한 국채 중심 구조로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파월 의장은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붐은 닷컴 버블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고평가된 기업들은 실제 이익과 사업모델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데이터센터·장비 등 AI 관련 투자가 성장의 큰 축인 건 맞지만, 소비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미국의 소비는 특히 상위 소득층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