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이끈 트럼프, 이젠 러 압박…"우크라에 무기지원"
입력
수정
지면A10
취임 8개월간 휴전 진전 없자
전통적인 무기 지원 전략 복귀
"가자 협상 과정서 교훈 얻은 듯"
A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러시아 압박을 유지하기 위한 방공 체계와 장거리 공격 능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쟁이 계속된다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궤도를 바꿔 비행하면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공격 거리가 2500㎞에 달한다. 모스크바를 바로 때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취임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 8개월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8월 푸틴 대통령을 알래스카에 초청해 회담했을 당시엔 돈바스 지역 할양을 대가로 종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용해야 할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를 공습한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에 평화 조항을 수용하라고 몰아붙였고, 이집트 등 주변국은 하마스에 이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미국이 다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고, 러시아 경제 제재를 강화할 경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사용한 전통적 대응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 대상 압박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이란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식의 전략은 쓰기 어렵다.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이 나서 하마스를 함께 압박한 중동과 달리 유럽은 러시아를 압박할 수단이 없다. 러시아 포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이 나서야 하지만, 중국이 이 문제를 두고 미국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