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받았대!"…로키산맥 여행 도중 놓친 노벨상 수상 통보

2025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프레드 렘즈델. /REUTERS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의 면역학자 프레드 램즈델이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 두고 로키산맥 여행을 하느라 수상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램즈델은 지난달부터 아내 로라 오닐과 함께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로키산맥 일대 아이다호주, 와이오밍주, 몬태나주의 산악지대에서 캠핑과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램즈델은 휴가기간에는 대개 전화기를 꺼놓거나 비행기 모드로 해 놓고 연락을 받지 않았으며,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할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에만 예외로 했다.

그는 6일 오후 옐로스톤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미국 몬태나주의 한 캠핑장에 들러 트레일러가 달린 SUV를 주차했다.

이 때 통화 불가능 지역에 있다가 통화 가능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아내의 전화기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문자를 본 아내는 "당신 노벨상 받았어!"라고 남편에게 소리쳤고, "아닌데"라는 대꾸를 들은 아내는 다시 "당신이 (노벨상) 받았다는 문자메시지가 200개 와 있어!"라고 알려줬다.

램즈델은 이날도 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새벽 2시부터 노벨위원회 측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으나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수상자 발표 후 한동안 램즈델의 연락두절 상태가 지속되자 그의 소속 기관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공보담당자는 램즈델에게 아직 노벨상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그가 전기,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 하이킹을 떠나 최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해둔 상태였다.

운전 도중 들른 캠핑장에서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램즈델은 남겨져 있던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미국 시간으로는 낮이었던 당시 노벨위원회가 있는 스웨덴의 시간은 밤 11시여서 토마스 페를만 노벨 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미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

램즈델 부부가 6일 밤에 몬태나주 리빙스턴에 있는 숙박업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난 페를만 사무총장과 램즈델 사이의 통화가 이뤄졌다.

스웨덴 시간으로는 7일 오전 6시15분이었고, 페를만 사무총장이 통화를 처음으로 시도했던 때로부터는 20시간이 지난 후였다.

페를만 사무총장은 자신이 2016년 이 자리를 맡은 후 이번이 수상자에게 연락하는 데에 가장 어려움을 크게 겪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램즈델은 일본인 학자 사카구치 시몬과 또 다른 미국인 학자 메리 E. 브렁코와 함께 릴레이식으로 업적을 쌓아 인간 면역체계의 경비병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의 비밀을 밝혀냈으며 이를 높이 평가 받아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