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임시현, "이기야" 논란에…"국위선양 하느라 바빠"

사진=연합뉴스
양궁 국가대표 임시현이 '이기야' 표현으로 불거진 극우 논란에 입을 열었다.

임시현은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끝"이라며 "어떤 메달보다 값졌던 내 동메달, 조용히 모든 악플을 무시하며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면서 지난 5월에 게재한 게시물로 불거진 극우 논란에 속내를 전했다.

임시현은 지난 5월 그의 SNS에 캐리어 가방 사진과 함께 '이기야'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기야'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주로 쓰는 단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경상도 방언으로 "대한민국 군대 지금까지 뭐했노 이기야"라고 비판한 것을 일베에서 희화화했다.

'이기야'는 일베에서 주로 쓰이다 기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으며, 현재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현의 표현은 또 다른 양궁 국가대표 장채환의 '멸공' 발언과 함께 지난달 뒤늦게 주목받았다.

임시현은 "시합 바로 전, 과거에 했던 말실수가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며 "우선 먼저 저의 경솔했던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마음 아파하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대한양궁협회와 상의 끝에 함께 대응하자고 의견이 조율돼 저는 우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게시물에 대해 임시현은 "새로운 활케이스를 자랑하고자 SNS 게시물을 올렸고 아무 의미 없이 사용했던 '이기야'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며 "당시 주변 지인을 통해 실수했다는 걸 인지했고, 바로 삭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3개월 후 광복절 기사가 뜨고,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며 "SNS 스토리를 올린 후 잘못을 인지하고 바로 삭제했으니 크게 논란이 될 거라 생각 못했고, 게시물을 올렸던 당시에 논란이 된 일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올린 기사에 대응할 가치도 못 느꼈다"고 했다.

더불어 일베 의혹에 "이기야 가 일베 용어라고요? 언제부터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사투리가 일베 용어가 됐냐.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일베가 아니었기에 일베용어인지 몰랐다. 그냥 경상도 사투리를 따라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과응보를 믿는 사람으로써 누군가를 조롱할 생각도, 마음도, 그러고 있을 시간도 없다"며 "저 국위선양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다만 '국위선양하느라 바쁘다'는 표현에 다시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문장은 '국위 선양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수정됐다.

다음은 안시현 입장 전문

2025 광주세계선수권 대회 끝

어떤 메달보다 값졌던 내 동메달.

조용히 모든 악플을 무시하면서 세계선수권 준비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시합 바로 전, 과거에 했던 말실수가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습니다. 우선 먼저 저의 경솔했던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마음 아파하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 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이 커지고 바로 해명하고 싶었지만, 대한양궁협회와 상의 끝에 함께 대응하자는 의견이 조율되어 저는 우선 기다렸고 더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지난 5월 22일에 제 새로운 활케이스를 자랑하고자 sns 게시물을 올렸고 아무 의미 없이 사용했던 “이기야”사투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주변 지인을 통해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하였으며 바로 삭제조치 했습니다.

근데 그게 3개월 뒤인 8월 15일 광복절에 기사가 뜨고 악플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sns 스토리를 올린 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바로 삭제했으니 크게 논란이 될 거라 생각 못했으며 게시물을 올렸던 당시에 논란이 된 일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올린 기사에 대응할 가치도 못 느꼈습니다.

제가 일베요? 이기야 가 일베 용어라고요? 언제부터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사투리가 일베 용어가 되었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일베가 아니었기에 일베용어인지 몰랐습니다. 저는 그냥 경상도 사투리를 따라 했을 뿐이고 새로 받은 활케이스가 맘에 들어 덧붙인 말이었습니다. 의도한 바가 전혀 없었다는 말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일로 일베가 무엇인지, 일베용어는 또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사투리가 누군가를 조롱할 때 쓰는 용어라고 하더군요.

인과응보가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조롱할 생각도, 마음도, 그러고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저는 국위 선양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말을 조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바로 해명글을 올리지 못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혼란스럽고 답답해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기다려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