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주가 10배 '폭등'…"자동차 회사 아니었어?" 했는데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롤스로이스 SMR의 콘셉트 이미지. 롤스로이스는 핵잠수함 원자로를 만들던 기술을 SMR에 적용시켰다. /롤스로이스 SMR 제공
세계 2위 항공기 엔진 기업 영국 롤스로이스홀딩스 [LON: RR]

롤스로이스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영국의 수제 고급 자동차를 연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항공·방위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롤스로이스 엔진을 먼저 언급하실지도 모릅니다.

한 가족이였던 자동차를 만드는 롤스로이스와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롤스로이스는 이젠 다른 식구입니다. 1970년대 초 분할돼서 자동차 회사는 BMW그룹의 아래로 들어가고, 항공기 엔진 회사는 정부 소유가 되며 런던 증시의 상장 기업이 됐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의 엔지니어 헨리 로이스와 사업가 찰스 롤스가 1906년에 합작해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그들이 만든 실버고스트는 최고 자동차로 손꼽히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전투기 엔진도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신의 한수가 되어 항공기 엔진은 자동차와 함께 롤스로이스의 양대 축이 됩니다.
롤스로이스는 최근 자회사 롤스로이스 SMR에 대한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 SMR 제공
세월이 흘러 잘나가던 회사에 위기가 찾아오자, 1973년 자동차 사업부는 롤스로이스모터스라는 독립 회사로 분리가 됩니다. 이 회사는 1980년에 비커스, 1998년에 폭스바겐에 인수됐다가, 2002년 분쟁 끝에 BMW의 품에 마지막으로 안기는 기구한 운명을 겪습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 엔진사업부는 2차대전 이후 항공산업의 발전 속에서 민항기와 군용기 엔진 모두 선두 업체로 발돋움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GE 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잉, 에어버스 등 우리가 타는 많은 항공기의 엔진이 롤스로이스가 만든 것입니다.
핵잠수함의 소형 원자력 발전소 기술을 지상으로 옮겨 놓은 것이 SMR이다. /롤스로이스홀딩스 제공
롤스로이스는 전투기 엔진을 넘어 다양한 방위 산업 분야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특히 핵잠수함에 동력을 공급하는 원자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종의 소형 원자력 발전소인 셈입니다.

롤스로이스는 바닷속을 누비던 핵잠수함 원자로 기술을 땅 위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요즘 주목 받는 소형모듈원전(SMR)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막대한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데이터센터가 많이 지어지자 SMR이 새 동력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SMR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보다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건설 속도도 빠릅니다. SMR이 많이 완공됨에 따라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롤스로이스의 미래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롤스로이스 자동차는 BMW그룹 소속이다. 이젠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롤스로이스홀딩스와 관련이 없다. /롤스로이스모터스 제공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롤스로이스는 지난 2023년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2022년 12월 30일 종가는 1파운드가 채 안 되는 0.93파운드에 마감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지난 12일 11.34파운드에 마감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은 세 가지 호재였습니다. 첫 번째는 가장 큰 사업인 상업 항공사에 엔진을 공급하는 사업이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항공산업의 붐을 타고 날아오른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찾아온 방산주 랠리에 올라탄 것입니다. 글로벌 방산 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롤스로이스홀딩스는 2025년 매출 기준 세계 25위 방산 업체입니다.
롤스로이스홀딩스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세 번째는 AI 붐이 몰고 온 SMR 랠리입니다.

롤스로이스홀딩스의 자회사 롤스로이스 SMR은 지난 6월 영국 정부의 소형 원자로 건설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우선 3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며, 2030년대 중반부터 전력망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국 정부는 향후 4년간 총 25억 파운드(약 3조4000억 원)를 투입해 SMR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작년 10월에는 롤스로이스 SMR과 체코 정부가 6기의 SMR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롤스로이스홀딩스는 2025년 상반기 매출 90억5000만 파운드(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 영업이익 17억3300만 파운드(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9.1%로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투판 에르긴빌기치 롤스로이스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2050년까지 400대의 SMR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 SMR의 비용은 최대 30억 달러(4조1649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롤스로이스가 지배하게 될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주 롤스로이스홀딩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추천하고 목표주가를 13.75파운드로 제시했습니다. 롤스로이스가 SMR 날개를 달고 얼마나 더 날아오를지 궁금합니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