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매의 날…9월 불안감+순환매 본격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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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가 예상 수준 →9월 인하 기대 유지
개장 전인 오전 8시 30분 미 중앙은행(Fed)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7월 데이터가 발표됐습니다.
헤드라인 물가는 전월 대비 0.2% 올라 예상과 같았고, 전년 대비로는 2.6% 상승해 전달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한 달 전보다 0.3%(0.273%), 1년 전보다는 2.9% 올랐습니다. 2.9%는 6월 2.8%보다 높아진 것으로 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다만 모두 컨센서스에는 부합했습니다.
PCE 데이터가 모두 예상과 일치하면서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의 9월 금리 인하 베팅은 87%로 어제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엘런 젠트너 경제 전략가는 "Fed가 금리 인하의 문을 열었지만, 그 규모는 인플레이션 상승보다는 노동 시장 약세가 얼마나 큰 위험으로 지속될지에 달려 있다. 7월 PCE 물가는 예상에 부합했고, Fed는 고용에 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근원 PCE 물가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높은 수치보다는 덜 걱정할 만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관세 효과의 일회성, 그리고 물가 상승 일부가 주가 상승(포트폴리오 수수료)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제롬 파월 의장은 9월에 금리를 한 번 인하하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며, 금리 인하를 지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 캐터필러, 갭 "관세 부담 예상보다 커"
PCE 물가는 괜찮았지만, 관세 관련 인플레이션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상호 관세를 발효했고요. 인도에 대한 50% 관세가 이번 주 부과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오늘부터는 미국으로 반입되는 800달러 미만의 소액 소포에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국가에 대한 관세율을 적용하거나, 소포당 80∼200달러 정액 관세를 매깁니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의 소기업 일부는 관세를 피하려고 이 소포를 통해 상품을 수입해 왔는데, 그 길도 이제 막힌 것이죠. 백악관의 피터 나바로 무역 고문은 이로 인해 연간 최대 10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으로 반입된 소포는 2015년 1억3900만건에서 2024년에는 13억6000만건으로 거의 10배 증가했습니다. 가치로 따지면 2024년 기준 약 646억 달러 규모로 추산됩니다. ING는 "관세의 방향은 하향이 아니라 상향이다. 지난 4월 이후 금융시장이 백악관에 가하는 압력이 약화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TD이코노믹스는 "최악의 인플레 우려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 시행 유예 등을 고려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본다. 기업들은 재고를 쌓거나, 관세가 높은 수입품을 대체하거나, 인상분을 직접 흡수하는 방식으로 비용 전가를 대체로 피했지만, 이런 전략은 무한정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향후 몇 달 동안 관세가 더 크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갭은 어제 실적 발표에서 관세가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관세로 인해 1억5000만~1억75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새로 제시했는데요. 역시 기존 예상치(1억~1억5000만 달러)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갭의 리처드 딕슨 CEO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월마트의 덕 맥밀런 CEO는 지난주 콘퍼런스콜에서 관세와 관련 "우리는 매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 추세는 3분기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월마트의 마진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3. 월러 "고용 마이너스일 수도"
그래도 9월 금리 인하 기대는 그대로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걱정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고, 노동 시장 약화가 더 걱정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립 수준을 넘는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월러 이사가 금리를 당장 인하하자고 주장하는 핵심도 역시 고용 악화입니다. 그런 만큼 다음 주 5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ING는 "다음 주 충격적인 고용 지표가 추가로 발표될 경우, 금리 인하가 9월에 이어 10월과 12월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고용이 나온다면 9월 인하 여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8월 신규 고용이 17만5000~20만 개에 달한다면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펜 이코노미스트는 "9월 금리 인하를 막으려면 8월 고용보고서가 아주 좋아야 할 것 같다. 일자리가 22만5000개 정도 늘어나면 3개월 월평균이 15만 개 수준으로 회복된다. 그러면 5월과 6월의 약세가 '해방의 날' 이후 일시적 현상일 뿐, 노동 시장의 추세적 악화가 아니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9만 개, 4.3%)는 "노동 시장은 점점 더 취약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7월까지 3개월 평균 일자리 증가율은 3만5000개에 그쳤다. 콘퍼런스보드의 설문조사에서 '노동 격차'(일자리가 "풍부하다"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의 차이)는 8월에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책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됨에 따라 8월에는 일자리가 9만 개 증가하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반등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BNP파리바(9만 개, 4.2%)는 "8월 신규 일자리 9만 개, 실업률 4.2%라는 우리의 추정치가 Fed가 9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을 막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 공급 증가 둔화로 인해 2026년에는 월별 일자리 창출이 5만 개 수준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8월 고용이 예상보다 좋게 나와도 시장은 계속 금리 인하를 기대할 것입니다. 9월 9일에 발표될 노동부의 벤치마크 수정에서 수십만 개 고용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니까요. 골드만삭스는 55만 개에서 95만 개까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봅니다. 즉 월평균 4만5000~8만 개 정도의 고용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일부에선 100만 개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4. 골드만 "3분기 GDP +1.6%"
PCE 데이터를 포함해 경제 지표는 여전히 괜찮은 편입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는 7월보다 3.5포인트 낮은 58.2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잠정치(58.6)에 비해선 하락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4.8%를 기록해 전월 대비 0.3%포인트 높아졌지만, 잠정치(4.9%)보다는 내려갔고요. 5년 기대도 전월 대비로는 0.1%포인트 높은 3.5%를 기록했지만, 잠정치(3.9%)보다는 상당 폭 완화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상품 무역수지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상품 무역적자가 나타난 후,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하여 +1.6%(연율)로 제시했습니다.
5. 트럼프의 Fed 위협, 시장 반응 없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Fed 리사 쿡 이사의 불복 소송 관련, 법원 심리가 오늘 워싱턴 열렸습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됐는데요. 지아 콥 판사는 해임 효력 정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오늘 심리를 끝냈습니다. 콥 판사는 양측에 다음주 화요일까지 추가 증거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판사는 신속하게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소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효력 정지에 관한 판단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6.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급락…순환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0.1~0.3% 수준의 소폭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기술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내림세가 심화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64% 하락했고요. 나스닥은 1.15%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0.2% 내렸고요.
① 중국 알리바바가 자체적으로 차세대 AI 관련 칩을 개발해 시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새 AI 칩은 기존 칩보다 더 범용성이 높고 더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칩은 TSMC가 아니라 중국 내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③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일부 고객에 집중된 데 대한 불안감이 노출됐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가장 큰 고객사 두 곳이 데이터센터 총 매출의 39%를 차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메타 등 대형 고객사의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런 큰 비중을 가진 고객의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관계사인 코어위브에 대한 매출 비중이 커진 데 대해서도 불안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H20 칩을 코어위브에 대량으로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것이죠.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 JP모건 리서치 헤드는 ⑴ 월말 리밸런싱에 따른 매도(S&P500 지수는 8월 3% 가까이 상승) ⑵ 최악의 계절(9월, 10월)로 이어지는 긴 주말 ⑶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하는 NDX ETF가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것 등을 매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일종의 차익실현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7. 9월 5일 고용보고서 주목
다음 주 월요일은 노동절 연휴로 쉽니다. 그리고 경제 데이터는 노동 관련 지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발표는 5일 금요일에 발표될 임금 고용/실업률입니다. 또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3일(수) 구인이직(JOLTS) 보고서, 4일(목) ADP 민간고용 등이 줄줄이 공개됩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업 PMI도 각각 2일과 4일 발표됩니다. S&P글로벌의 PMI도 같은 날 나옵니다. 3일에는 Fed의 베이지북도 공개됩니다.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쓰일 기초자료입니다.
일부 기업들의 어닝 발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3일 세일스포스와 4일 브로드컴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