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높이려 전문가 중용

李정부 첫 주요국 대사 인선

강경화, 文정부 초대 외교장관
이혁은 주일공사 지낸 '일본통'
이재명 정부 첫 주미 대사에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는 미국과 아시아의 이해 증진을 위해 설립된 싱크탱크다.

강 전 장관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헌정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KBS 영어방송 아나운서를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를 마친 뒤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등을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역하면서 외교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공직에는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 특채로 발탁돼 장관 보좌관 등을 지냈다. 이후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공사 등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외교부 국제기구정책관을 맡았는데,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여성이 본부 국장을 한 건 처음이었다.

주일 대사에 내정된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시 동기(13회)다. 1980년 외교부에 입부해 주일본 공사, 외교부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낸 대표적 ‘일본통’이다. 이 전 대사는 대선 때 위 실장이 발족한 재외공관장 출신 모임인 ‘실용국민외교지원단’에서 대일 외교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했다. 한일미래포럼 대표로 일본 정·관계와 수시로 소통해왔다. 지난달 일본 도쿄 포럼에서 ‘셔틀외교 2.0’을 제안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주안점을 둔 가운데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 순방을 앞두고 양국 대사가 내정되면서 중국, 러시아 등 4강 대사 인선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중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있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안정적인 한·미, 한·일 관계를 가져가기 위해 상대국에 잘 알려지고 실력이 검증된 인사를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신임 대사 아그레망에는 통상 4~6주가 소요되지만 경우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