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택공급 속도전"…서울시, 재건축·재개발 기간 5.5년 앞당긴다 [영상]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개선해 현재 입주까지 평균 18.5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13년으로 5.5년 단축한다. 그동안 정비사업 대상 물량을 확대하는데 집중했는데, 이제는 주택 공급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신속통합기획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정비사업의 ‘첫 단추’라 불리는 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이 정책의 성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19만4000가구(145곳)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내년 6월까지는 총 31만2000가구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목표(27만가구)의 116% 수준이다. 앞으론 정비구역 이후 절차를 간소화하는데도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절차는 인허가권자가 구청장이긴 하지만, 서울시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구역지정 이후 추진위원회 구성 및 조합설립까지 현재 평균 3.5년 걸린다. 서울시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대폭 앞당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공보조금 지급 요건과 절차를 개선한다. 기존엔 주민 동의율 50% 이상을 충족하고 신속통합 사전 기획자문을 완료해야 공공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별도의 주민동의 절차가 없어도 즉시 지원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이 6개월 앞당겨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후보지 선정 즉시 추진위원회 구성이 가능해진다. 구역지정 절차와 조합설립 준비를 동시에 추진하면 평균 3.5년 소요됐던 조합설립 절차가 구역지정 후 1년 이내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합설립 다음엔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를 거쳐 착공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이 절차를 밟는데 평균 8.5년이 걸린다. 서울시는 ‘행정절차 사전·병행제도’를 도입해 이를 6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정비사업 절차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감정평가업체를 사전에 선정해 사업시행인가 직후 바로 평가에 착수할 수 있다. 통합심의 중 사업시행계획서(안)을 미리 작성해 심의가 완료되자마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철거공사 전에 구조·굴토 심의 등을 동시 추진하는 방식으로 착공 시기를 앞당겨 사업의 효율성을 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장 모습. 한경DB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2년으로 단축한다. 2021년에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선보인 후 관련 기간을 5년에서 2.5년으로 대폭 낮췄는데, 6개월 더 당기겠다는 뜻이다. 서울시 측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선정 직후 정비계획 수립비를 지원하고,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 동의서를 생략해 6개월을 단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비사업 기간 단축과 더불어 서울시는 ‘치밀한 공정관리’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지연 없이 신속하게 인허가와 착공이 이뤄지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구역지정 단계에만 적용하던 처리기한제를 정비사업 모든 단계에 확대 도입하는 게 눈에 띈다. 6개 단계별로 표준 처리기한을 설정하고, 42개 세부공정으로 나눠 지연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한 각 사업지에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을 둘 계획이다. 공정촉진책임관은 처리기한이 초과됐거나 일정이 밀린 사업장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보완책을 마련한다. 갈등관리책임관은 갈등 발생 시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성 부진 등의 이유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선다. 오 시장은 이날 중구 신당9구역을 방문해, 이 곳을 ‘높이 규제지역 공공기여 완화’ 정책의 첫 적용지로 선정했다. 용적률이 161%에서 25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되고, 공급 물량도 315가구에서 500가구 이상으로 늘어나 사업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