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선 親노조 정책 이어져" … 로펌, 노무전담팀 체급 키운다

기업 대응방향 자문세미나 봇물
율촌·세종 '노란봉투법TF' 구성

文정부 인사 영입 쟁탈전
광장은 안경덕 前 고용부 장관
태평양은 박화진 前 차관
화우도 임서정 前 차관 영입노동정책 변화 예고에 … '노란봉투법' 대응 강화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는 법이다.
“지금까지는 노사가 소총으로 백병전을 벌였다면, 이재명 정부에선 노동자가 자주포나 미사일급 무기를 갖게 될 겁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동 친화적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영계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노사관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고용노동부 출신 전운배 법무법인 지평 고문(행정고시 30회)은 지난 17일 서울 세종대로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새 정부 노동정책과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미나는 국회에서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다음 날 개최됐다. 그래서인지 행사장엔 건설·금융·제약·엔터 등 업종을 불문한 대기업 및 공기업 사내 변호사들이 100명 가까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로펌들, 文정부 인사 경쟁적 영입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노동정책을 주제로 기업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로펌은 지평뿐만이 아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6·3 대선 이후 현재까지 광장, 태평양, 율촌, 화우 등 주요 로펌이 이재명 정부에서의 노동정책 변화를 전망하고 기업 대응 방향을 자문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세미나를 앞다퉈 열었다. 21일에는 와이케이(YK)·한국사내변호사회의 공동 세미나가 개최되고, 다음달 1일엔 세종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관련 쟁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세미나를 연다.

로펌 내 노동 문제를 전담하는 대응 조직의 체급도 커지는 양상이다. 친(親)노동 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 부문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올해 상반기 잇달아 로펌으로 영입되면서다. 안경덕 전 고용부 장관(행시 33회·광장), 박화진 전 고용부 차관(행시 34회·태평양), 임서정 전 고용부 차관(행시 32회·화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임 전 차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초대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실제 도입 시 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노란봉투법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는 로펌도 있다. 100명 규모 전담팀을 운영 중인 김앤장은 노란봉투법 관련 뉴스레터를 시리즈로 구성해 기업들에 발송하고 있다. 국내 로펌 최초로 ‘노동조사센터’를 설립한 율촌은 노란봉투법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한 국내 대기업의 사건도 수임했다. 세종 역시 ‘노란봉투법TF’를 구성해 심층 자문에 나섰다. 서울고등법원 노동 전담부를 거친 조찬영 전 고등법원판사(사법연수원 29기)를 영입하는 등 전문 인력도 강화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가시화에 경영계 긴장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제도화하고, 근로자가 불법 쟁의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부임 즉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법 개정 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노조법 개정이 기존 노사관계의 지형을 파격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 노동계 이견은 없다. 문제는 개정안의 실제 시행 시기다. 고용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올해 하반기 입법을 완료한 뒤 내년부터 세부 지침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원·하청 교섭과 관련한 CJ대한통운과 현대중공업 사건의 대법원 선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운배 고문은 “불법 파업 대신 고용노동청을 찾는 노동자들이 늘면서 ‘노동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단체 교섭 전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대응 수단도 사라지는 추세라 사전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