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힘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英 베스트셀러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휴가 때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요즘은 ‘그냥 쉬고 싶다’라는 답변이 자주 들려온다. 그렇다면 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최근 전 세계 서점가에는 휴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빠듯하게 돌아가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며,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달 중순에 출간된 책 <휴식하는 뇌 (The Brain at Rest)>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을 쓴 조셉 제벨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이자 저술가로, 뇌과학의 관점에서 휴식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책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상에서 겪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뇌 휴식을 권한다. 뇌가 휴식 상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전달하면서, 뇌 휴식이 창의성과 지능, 그리고 전반적인 삶의 질에 얼마나 놀라운 영향력을 미치는지 소개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일정표에 매일 약속이 잡혀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최적화’와 ‘효율화’라는 현대자본주의 가치에 따라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용해야 한다. ‘시성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시간 대비 성과가 중요해진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휴식은 우리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안겨주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이러한 병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며, 삶을 옥죄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뇌를 쉬게 하면, 온갖 생각이 자유롭게 춤추며, 이때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로 전환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켜지면, 창의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등이 활성화하며, 일할 때와 다르게 뇌가 움직인다.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창의적인 도전을 꿈꾼다. 그렇다면 뇌 휴식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저자는 획기적인 새로운 연구를 바탕으로, 뇌를 쉬게 하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간단하고 쉬운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낮잠’이나 ‘가벼운 운동’은 뇌의 크기를 키운다. 매일 30분씩 낮잠을 자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뇌의 크기가 약 15%가량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낮에 일에서 벗어나 뜨개질이나 정원 가꾸기와 같은 몰입 경험을 하면, 우리는 일종의 정신적인 방황을 하며 이를 통해 뇌는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뇌를 쉬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책에는 조용히 나무를 껴안는 행위가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된다. 투박한 질감을 느끼며 나무를 안고 있는 동안 우리 뇌에는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가 공급된다. 네덜란드의 의도적인 게으름 ‘닉센(Niksen)’도 뇌를 쉬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책은 현대인의 삶에서 잊혀지는 휴식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일깨워 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자신에게 더 많은 휴식을 허락하고,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강조한다. 미래의 생존을 위한 핵심 키워드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 아니라, 더 잘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