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란 예멘 반군 때린 트럼프…"후티, 공격 안 멈추면 지옥비"

취임 후 최대 규모 무력 행사
NYT "이번 공습, 이란 경고용"
후티 "31명 사망…반격할 것"
< 공습 지켜보는 스트롱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니터로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이란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SNS에 “오늘 예멘 후티 반군 테러리스트들을 겨냥해 결정적이고 강력한 군사 행동을 하라고 미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무력을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사용할 것”이라며 후티 반군을 향해 “너희의 시간은 끝났으며 오늘부터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지옥이 비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해, 아덴만 등에서 미군 군함과 미국 항공기, 미군 부대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공격을 거론하며 “이 가차 없는 공격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수십억달러 피해를 초래하고 무고한 인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무력 행사”라고 전했다. AP는 이번 공습을 미군이 단독으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 공군과 해군이 예멘의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 방공 시스템 등 목표물 수십 개를 타격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번 공습은 이란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을 향해 “후티 반군 테러리스트에 대한 지원은 즉시 끝나야 한다”며 “세계 항로를 위협하지 마라.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완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예멘 수도 사나와 주변, 북부 사다주와 하자주, 알베이다를 비롯한 중부, 서남부 타이즈주 등 후티 반군의 점령지 곳곳에 40차례 가까운 공습이 이뤄졌다. 아니스 알아스바히 후티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군 공습으로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101명이 다쳤다”며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 측은 TV 성명을 통해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공격을 비난하며 “미국은 이란의 외교 정책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습은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에 구호물자 반입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박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선박을 공격해왔다. 개전 이후 후티 반군은 올해 1월까지 100척 넘는 상선을 공격해 선박 두 척이 침몰하고 선원 4명이 숨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