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풍기 강자' 신일이 깜짝 진출 선언한 '이 산업'

'국민 선풍기' 신일전자, 캐리어 전문 브랜드 'SAYES' 론칭
3색 3종 온라인 선공개…오프라인도 출시 예정
"수많은 브랜드 존재해도 시장에서 영향력 넓힐 수 있어"
사진=신일전자
66년 업력의 생활가전기업 신일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여행용 캐리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주력 제품 외에 비가전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신일은 캐리어 브랜드 ‘SAYES’를 공개하며 노마드 캐리어 3종(20인치, 24인치, 28인치)을 선보였다. 신일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생활용품으로 여행용 캐리어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생활가전제품에 주력해 온 기술력을 접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신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신일전자
앞서 신일은 2019년 사명을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바꾸며 종합가전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전동칫솔과 히터기, 반려동물 급수기, 음식물처리기 등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사업군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7월 창립 65주년을 맞아 기술 혁신을 강조하며 로봇청소기나 서큘레이터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 브랜드를 앞세워 비가전 제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화유리보다 150배 튼튼한 PC 소재로 만들어

신일이 온라인몰에서 먼저 선보인 이 캐리어는 저가형 캐리어에 많이 쓰이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가 아닌 카보네이트(PC) 소재로 만들었다. 이 소재는 강화유리보다 충격 흡수율과 탄성력이 150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상단과 측면, 정면에 손잡이를 달아 편의성을 높였다. 무게측정 저울이 내장돼 있어 초과 수화물 여부를 어디서든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각 사이즈의 캐리어가 하나의 캐리어처럼 포갤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최대화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조만간 제품을 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신일전자
이 같은 신일의 신사업 진출은 정체된 매출과 영업이익을 한층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선풍기 사업 외에도 매출을 다각화하겠다는 의미다. 신일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505원을 찍은 이래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일은 2023년 1842억원의 매출과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도보다 9.1%, 28.5% 감소한 수치다. 신일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내 활동이 늘면서 상당수의 소비자가 냉방가전을 바꿨다”며 “아직 교체 사이클이 돌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 강자 없는 '여행용 캐리어' 시장…"영향력 넓힐 여지 충분"

사진=네이버 증권 캡처
업계에선 신일이 국내 여행용 캐리어 시장의 점유율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샘쏘나이트와 리모와, 델시 등 글로벌 캐리어 기업이 진출한 가운데 시장을 선두하는 절대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코닥과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명 브랜드를 활용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특히 2030세대가 여행용 캐리어를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면서 중소 브랜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브랜드 로우로우의 여행용 캐리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26인치 캐리어값이 40만원대로 고가인 편이지만 딥그린, 스카이코랄, 바닐라 등의 색감이 주목받으며 패션 플랫폼 20CM에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라이즈앤샤인 코레아의 럭키플래닛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선보인 첫 캐리어를 3일만에 완판해 목표금액 대비 600%에 달하는 자금이 모이기도 했다.

신일 관계자는 “튼튼한 내구도 외에도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게 여행용 캐리어 시장”이라며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해도 충분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