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찾아낸 빛...이제 메이저퀸 노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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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통산 2승 박보겸 인터뷰
15번 커트 탈락 끝 72홀 대회 우승
시즌 포기 고려 중 샷 버디로 반등
목표 달성에도 100점 만점에 80점만
“나는 완벽주의...동계훈련서 채울 것”
삼천리 모자 쓰고 첫 메이저 제패 꿈
박보겸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내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우승을 하기 위해선 수준이 높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골프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몇 번의 우승보다 내 골프 수준을 더 높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보겸은 지난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31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에 가까운 15번이나 커트 탈락을 할 정도로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상반기 막바지엔 4개 대회 연속 커트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7월 진행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은 기권으로 마무리했다. 박보겸도 그때를 돌아보며 “완전 하락세였다”고 평가했다.
시즌 초반 생각한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자 과감하게 스윙에 변화를 준 것도 문제가 됐지만, 완벽한 골프를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을 옥죄었다. 박보겸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슬기롭게 넘긴 적도 있었는데, 작년 하반기에는 기복이 심했다”며 “작년 10월 상상인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는 '그냥 시즌을 접고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하자'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보겸에게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이 반등점이 됐다. 특히 최종 4라운드 10번홀(파4)이 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순간이었다. 당시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그는 페어웨이에서 65m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는 샷 버디를 기록했다. 순위는 단숨에 공동 3위로 뛰어올랐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샷이었어요. 기회를 살려 우승까지 하게 되니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됐죠.”
꿈에 그리던 ‘완벽한 우승’을 만들어냈음에도 박보겸에게 만족은 없었다. 스스로 매긴 점수도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자신의 MBTI(성격유형검사)가 ISTJ, ‘엄격한 관리자’라고 밝힌 박보겸은 “많은 예선 탈락과 상황마다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20점을 뺐다”며 “미숙하다고 느낀 점이 많기 때문에 20점은 동계 훈련 때 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삼천리 모자를 쓰게 된 박보겸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삼천리 골프단과 함께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함께하고 싶은 회사’가 삼천리였다”며 “소속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유명한데, 좋은 회사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라고 웃었다. 전지훈련에 대해선 “늘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느라 훈련에만 열중할 것”이라며 “아이언샷 컨트롤를 가다듬고, 쇼트게임과 벙커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보겸은 올해 목표를 특정 승수로 잡지 않았다. 늘 그랬듯 골프 수준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는 “계속해서 우승 경쟁을 하려면 수준이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승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우승을 위해선 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올해 꼭 해내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했다. 박보겸은 “메이저 대회는 코스 세팅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르기에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라며 “메이저 대회 중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이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