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인데, 딸기주스가 안 팔려요"…카페 사장님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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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가격 폭등 여파
딸기 메뉴 파는 자영업자들
마진 포기하고 소량 팔거나
아예 판매 중단하기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해 말 딸기와 바나나가 들어간 생과일 주스를 신메뉴로 출시했지만 보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음료 가격이 비싼 탓에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음료의 가격은 6000원. 레귤러 사이즈 한 잔에 들어가는 딸기는 8알이었다. 김 씨는 “아무래도 비싸서 다들 구매를 꺼려한 것 같다”며 “우리는 청이나 퓌레를 사용하지 않고 생과일만 넣으니까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딸기가 겨울 제철 과일이라 손님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아 준비한 메뉴”였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재고 처리만 어려워졌다”며 푸념했다.
딸기 가격이 급등한 탓에 딸기가 들어간 딸기주스, 딸기케이크 등 딸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딸기 메뉴가 잘 팔려도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딸기 값이 오르면서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남는 게 없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일 딸기의 소매 가격은 100g당 23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2108원) 기준 10%가량 올랐다. 평년에 견줘 약 14% 높은 금액이다. 이마저도 내린 가격이다. 지난 31일 딸기 100g당 가격은 2798원으로 평년 대비 32.17%까지 올랐었다.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소비자 물가의 안정 목표치는 2%”라며 “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인다면 해당 상품의 물가가 아주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 원인에 대해 “지난해 12월까지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했는데 이 영향이 가장 크다”라며 “현재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최대한 싼 거래처를 찾는 매장도 있었다. 여의도에서 딸기 라떼를 판매하는 카페의 한 매니저는 “딸기 가격이 올라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딸기 가격이 비쌀 때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외국산 냉동 딸기를 쓰기도 하고 가격이 내릴 때는 국내 농장과 거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딸기 케이크의 가격은 5만3000원. 지름 15cm인 케이크 1호에 들어가는 딸기의 양은 약 700g이다. 시중 딸기 케이크에 비해 딸기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값도 비싸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손님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김 대표는 “여의도 특성상 보통 주말에는 장사가 안 되는데 우리는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라며 “몇 년 전 더현대가 들어오면서 주말에 여의도를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주말 장사가 더 잘 된다”고 얘기했다.
박 팀장은 “업체의 규모가 커지고 대형화될수록 박리다매로 마진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과 유통을 합칠 정도의 자본력을 갖춘 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거나 특정 거래처에서 대량으로 저렴하게 재료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물가 대응을 하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