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로봇수술, 이득 크다..보험화 고려해야"... 커지는 업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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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튜이티브서지컬 연구결과 발표
복강경 수술 대비 위험 줄여
보의연은 "비용 대비 이득 적다"는데
현장선 "술기 배우는 시간 줄여...
훨씬 효율적" 증언도 계속
"수술 위험성 크게 낮춘다"...연구결과, 현장 목소리 계속
글로벌 1위 복강경 수술 로봇업체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외과 분야 최고 권위를 가진 SCI 등재 국제학술지 ‘미국외과학회 학술지(Annals of Surgery)’에 로봇 수술, 복강경 수술, 개복 수술의 30일간 수술 결과를 비교한 메타분석 연구를 게재했다.이번 메타분석은 △전립선절제술 △부분신장절제술 △폐엽절제술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우측 결장 절제술 △저위전방절제술에에 대한 연구로, 인튜이티브서지컬과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소속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12년간 22개국에서 발표된 230편의 논문을 분석, 세 가지 수술을 각 100만건 이상 분석했다.
그 결과, 로봇수술은 일반 복강경 수술 대비 개복 수술로 전환될 가능성이 56% 낮았다.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로 전환 시 환자의 출혈량이 많아져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회복속도가 눈에 띄게 저하된다. 이는 로봇 수술이 수술의 위험성을 크게 낮춰준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로봇수술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대비 수혈 위험이 각각 75%, 21%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복강경은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다. 이에 수술 가능 부위가 로봇수술 대비 제한적이다. 또한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출혈이 발생했을 때도, 대응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단순 비교했을 때는 회복기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로봇 수술은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복강경 수술 대비 10% 낮았으며, 30일 이내 사망율은 복강경 수술 대비 14%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수술로봇은 흉부, 복부, 골반처럼 수술 부위가 깊고 제한적인 좁은 신체 부위에서도 최소침습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강창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복강경, 흉강경 수술로 못하는 수술도 수술로봇을 사용하면 가능하다"며 "기존에는 개복 수술로 해야 했던 수술을 최소침습 수술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의연 "비용 대비 효과 없다"...의사들은 "로봇수술 이득 크다"
과거 국내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는 2015년 전립선암에서 로봇수술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2010~2011년 5개 병원에서 전립선암으로 수술(근치적전립선절제술)을 받은 환자 864명의 의무기록과 의료비용 등을 분석한 결과였다. 그 결과, 출혈량이나 합병증 발생비율,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수명 등에서는 로봇수술이 가장 유리했다.
다만 당시 로봇수술 평균 비용은 1800만원으로, 복강경수술(850만원), 개복수술(620만원)을 받은 환자군보다 약 1000만원 이상 높았다. 이에 보건의료연구원은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과 비교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연간 의료비가 900만원 혹은 830만원 더 낮을 경우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의사들은 로봇수술이 주는 사회·경제적인 이득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로봇수술을 이용하면 과거 3~4명이 들어와야 할 수술도 2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의사들이 술기를 익히는 속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조정이 훨씬 쉬운 로봇수술은 짧은 시간에도 숙련된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과거 미국서 수술을 참관하면 한국보다 수술 기술이 많이 떨어졌었다"며 "요즘엔 로봇수술이 보급화되면서 미국 의사들의 실력이 우리를 많이 따라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흠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은 지난 3일 메드트로닉 로봇수술 연구·교육 센터 개관 기념 간담회서 "예상하건데 앞으로 50% 이상의 수술은 로봇수술로 진행되며, 로봇수술이 수술의 패러다임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로봇수술의 보험화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한국은 로봇수술 횟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정체기에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건강보험 미보장"이라며 "일본이나 대만은 보험 보장이 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어떤 수술이 더 좋을지를 논의하기 전에 비용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어떤 치료를 진행할지 선택의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도 "우리는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해 나갈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2월 16일 08시1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