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점·창고…지하철역 '무인점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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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해소 나선 서울교통公
역사내 무인점포 올해까지 27곳
반려동물 용품점 등 업종도 다양
프린트점 3곳 유치 위해 입찰 시작
작은 공간에 비용 적게 들어 장점
소비자도 접근성 좋고 편리 '인기'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무인 매장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고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지하철역 내부 상가에도 무인 매장이 공실 해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늘어나는 역사 내 무인 매장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 내 들어설 무인 프린트 전문점 입찰을 접수한다고 4일 밝혔다. 대상 지하철 역사는 4호선 상계역·신용산역, 6호선 상수역 등이다. 공사는 2022년 8월 신당역 등 6개 역사에 무인 프린트 전문점을 일괄 유치한 바 있다.공사는 도시락, 밀키트, 반려용품점 등 다양한 업종의 무인 매장을 확대해왔다. 2021년 월곡역 내 무인 과자가게를 시작으로 2022년 봉천역 등 6곳에 무인 밀키트 전문점이 들어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명일역, 마들역 등 10곳에 무인 반려동물 용품점도 입점했다.
공사에 따르면 역사 내 무인점포는 2022년 15곳, 2023년 28곳, 올해 9월 현재 27곳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공실률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9.8%까지 치솟았던 공실률은 2022년 9.4%, 2023년 6.9%, 올해 9월 6.7% 등으로 하락했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전략사업본부장은 “과거 일반 상품 판매 방식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며 “무인점포 특성상 15~20㎡ 정도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업종 선택
1인 가구 증가와 개별 상권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직장인 편의 시설, 테이크아웃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점포 유치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박상동 서울교통공사 상가팀장은 “앞으로 무인 과일가게, 무인 세탁기 등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한 무인 매장 입점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대규모 공간의 경우 무인 스포츠센터, 팝업스토어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거대 쇼핑몰처럼 지하 공간을 재배치해 여러 점포 간 상승작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무인점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인천 지하철 1·2호선 역사에서는 ‘무인 떡집’을 찾아볼 수 있다. 떡 팩을 가져가면서 자율적으로 현금 및 카드로 결제하면 되는 방식이다.
25년여간 상권 분석 작업을 해온 박균우 두레비지니스 대표는 “개별 지하철역으로 보면 지하 공간이 3분의 2 이상 공실인 사례도 적지 않다”며 “무인 운영을 하더라도 26.45㎡ 정도 되는 점포 한 칸 크기에서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메디컬존, 개인 창고 등의 시도도 긍정적이지만 사무실 형태로 바꿔 젊은 창업자들이 임차료를 내고 들어오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