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술 태동기 15세기에 판화를 예술로 끌어올린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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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계문자박물관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 특별전
뒤러 '3대 목판화', '4대 동판화' 27년 만에 국내 소개
1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독일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문맹인을 위한 보조수단으로서의 삽화를 독자적 예술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면서도 예술가로서 작품 세계를 구현했고,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미지의 세계를 판화로 표현해냈다.
뒤러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인천 송도동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렸다. 19일부터 열리는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 특별전에서다. 뒤러의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가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모인 곳이다. 뒤러의 작품뿐만 아니라 55점의 판화를 만나볼 수 있다.
'문자' 박물관은 왜 삽화를 전시하게 됐을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과 이미지가 글보다 익숙해진 요즘,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삽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뒤러의 작품 세계를 통해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뒤러는 자신의 목판화들이 연작 형태를 보이게도 했다. 성모가 예수를 잉태한 순간을 그린 ‘수태고지’ 작품 좌측 하단 계단에는 자그마한 악마가 숨어있다. 이 악마는 성경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성장한다. 예수의 죽음 이후 세계의 종말을 그린 ‘요한계시록’ 마지막 장면을 담은 작품에 이르면 거대한 용이 된 채로 다시 등장한다.
전시를 기획한 양진희 학예사는 “극심한 우울을 겪으면서도, 작업 활동을 계속하고자 했던 창작자의 양면적인 고뇌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