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책마을]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뇌'를 가지고 태어났다
편견 없는 뇌
지나 리폰 지음 / 김미선 옮김
다산사이언스 / 536쪽|2만2000원
고정관념 깬 영국의 뇌과학자
'여자는 지도 읽는데 서투르고
남자는 멀티태스킹에 취약' 등
남녀 차이 부각하는 뇌 연구
실험 과정에서 허점과 오류 많아
성차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후천적으로 뇌의 차이 만들수도
지나 리폰 지음 / 김미선 옮김
다산사이언스 / 536쪽|2만2000원
고정관념 깬 영국의 뇌과학자
'여자는 지도 읽는데 서투르고
남자는 멀티태스킹에 취약' 등
남녀 차이 부각하는 뇌 연구
실험 과정에서 허점과 오류 많아
성차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후천적으로 뇌의 차이 만들수도
다윈의 진화론은 오랜 역사 동안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여겨지던 신화에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 것처럼 보였다. 18세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뇌과학에서도 뇌의 성 차이는 인간의 행동, 능력, 성격, 성취 등 모든 개인 간 차이를 설명하는 주요 도구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식의 남녀가 다른 유형의 뇌를 보유한 탓으로 설명됐다.
뇌과학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수많은 증거를 찾아냈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발견되기만 하면 ‘드디어 진실이 밝혀진 순간’으로 여겨지며 열광적인 대중매체에서 환영받았다는 것. 현대의 뇌영상 기술마저 ‘여자는 지도를 읽는데 형편없고 남자는 다중작업에 능하지 못하다’는 등 고정관념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해석만 쏟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뇌에 관한 중대한 발견은 뇌가 환경과 경험에 따라 구조를 변화하거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뇌의 가소성이라 불리는 이 특징은 정보 수집에 관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주도적이다. 뇌는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뒤 끊임없이 추측하며 우리의 인생이 순항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뇌를 변화하게 하는 경험이 사람 또는 집단마다 다르면 뇌 역시 다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전한다. 아기들은 태어난 직후부터 트럭과 인형처럼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게 다른 장난감이 있다는 사회적 규칙을 무수히 접한다. 성이 구분된 사회적 푯말은 뇌가 노출되는 순간부터 존재하고 강력하다. 남자와 여자는 이런 경험을 학습하며 강제로 구별된 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뇌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더 이상 남녀의 뇌가 다르다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성은 기계를 잘 다루고 여자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식의 편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강점과 약점, 능력과 적성이라는 개인의 뇌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원제는 ‘젠더화된 뇌(The gendered brain)’다. 이미 우리 뇌는 성별을 구분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조카에게 선물할 때, 교사가 돼 아이들을 가르칠 때 등 순간순간마다 뇌의 성별을 구분하려는 고정관념과 싸울 것을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