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는 Fed와 싸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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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지수 선물은 이날 새벽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6.9% 증가해 시장 예상(5.5%)보다 훨씬 좋게 발표되고,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이전 주보다 3만 건 감소한 26만 건으로 4주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오전 9시 30분 다우는 0.8%, S&P500과 나스닥은 1% 넘는 큰 폭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불안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요즘 장세를 보면 오전에 오르고 오후장에서는 하락한다. 예전에는 내리면 저가매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오르면 매도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4분기 GDP도 따져보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우선 6.9% GDP 증가 폭 가운데 재고 증가가 4.9%포인트를 이바지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GDP는 생산의 척도입니다. 판매된 것보다 더 많은 재고를 생산한 게 지난 4분기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겁니다. ING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며 "재고를 제외하면 상당히 약한 수치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은 4분기 3.3% 증가(예상 3.4%)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론 현재 미국의 재고가 워낙 적은 상황이어서 이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 4분기 PCE 물가는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가 이렇게 오른 게 명목 GDP 증가율을 높인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강한 게 지금으로서는 금융시장에 그리 좋은 건 아니다. Fed에게 마음 놓고 긴축을 하라는 사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강력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과거 천천히 금리를 올렸던 2015년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실업률은 5%, 인플레이션은 2%였는데, 지금은 실업률은 3.9%, 인플레이션은 7%입니다.
FOMC 후폭풍은 이어졌습니다. JP모간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Fed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한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를 올릴 여지가 꽤 있다"라고 말한 걸 지난 2018년 "지금 금리가 중립금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도 "금리 인상은 3월 회의에서 이뤄질 게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대차대조표는 감축 시점과 규모, 궁극적 보유 규모 등에 대해 뚜렷하게 나온 게 없다. 6월부터 시작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이 불확실하게 남아 있는 한 불안한 시장의 흐름을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계속 자극했습니다. 이날도 오후 12시가 넘어 오후장이 시작되자 나스닥 등 주요 지수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4% 급락한 채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0.54% 내렸습니다. 다우는 0.02%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테슬라입니다. 전날 장 마감 뒤 테슬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순이익은 전년 대비 일곱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11.55% 폭락해 829.1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자카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인플레이션과 상품 가격 상승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는 비용에 지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단기적으로 높은 비용이 마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게 문제였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올해 시장에 어떤 신차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향후 매출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런 우려는 전기차 주가 전체에 타격을 가했습니다.
인텔도 4분기 EPS는 월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1분기 EPS가 월가 예상(86센트)보다 낮은 80센트가 될 것이라고 밝힌 뒤 7% 폭락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많은 투자와 경쟁을 고려하면 향후 3년 이상 EPS가 낮을 것"이라며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반도체 회사 테러다인도 월가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1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해 주가가 이날 22% 급락했습니다. 수요 둔화와 공급망 혼란 탓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는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6.9% 폭락했습니다. 계속되는 공급망 문제를 이유로 향후 실적 추정치를 낮춘 탓입니다. 이는 반도체 업종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맥도널드도 인건비 등 높아진 비용 탓에 월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는 "월가의 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지는 않겠지만 분기마다 지속해서 상향되면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긴축으로 인한 거시경제 역풍과 EPS 역풍을 함께 만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조금 전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매출과 이익 등 모든 면에서 월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고 EPS는 무려 25% 증가했습니다. EPS의 경우 월가 예상이 1.89달러였는데, 실제 2.1달러를 벌었습니다. 비용도 늘었지만, 매출 증가 폭이 더 커지면서 매출총이익률도 43.8%에 달해 월가 예상 41.7%를 넘었습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위험한 약세장이나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나는 이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봤고, 소화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긴축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아직 한 달 동안 Fed는 채권을 매입한다. 대차대조표 감축이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않다. 주가 하락은 더 남았고, 이를 견뎌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인베스코의 브라이언 레빗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현재로서는 Fed와 싸우지 않기로 했다. 높아진 시장 변동성과 훨씬 더 완만한 시장 수익률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주식을 선호하지만, 더 높은 품질, 더욱 방어적인 주식으로 Fed가 주도하는 경기 둔화에 대비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투기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 것은 작년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번 경제 사이클이 (지나친 긴축으로) 너무 이르게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올지 주시할 것이다. 만약 긴축 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그것은 악몽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