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로 스트레스 줄었지만 오히려…" 뜻밖의 연구결과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코로나19 방역 탓에 급하게 실시한 재택근무는 '출퇴근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 외에는 별다른 장점을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이나 테크노(기술적) 스트레스를 키워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 회사에 기술팀을 따로 두는 것도 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도 함께 나왔다.

노혜영 가천대 경영대 겸임교수 연구진이 한국생산관리학회지에 지난해 11월 발표한 'COVID-19 환경의 스마트워크가 테크노 스트레스를 매개로 업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테크노 스트레스란 새로운 컴퓨터 기술에 대처하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 2주 동안 코로나19 이전엔 재택 근무 경험이 없었지만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근로자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사무실 환경보다 근무하기 편한 재택근무가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덜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택이라는 장소적 이점이 출퇴근 스트레스를 낮추는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소적 이점은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업무 프로세스 문제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상쇄되는 효과가 있었다. 충분한 적응 기간 없이 협업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바뀐 점이 되려 재택근무의 장점을 갉아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출퇴근 시간 절약 외에는 재택근무가 가지는 이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편리성도 있겠지만, 업무상 의사 소통의 한계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워크가 업무 성과를 향상시켜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급작스럽게 도입된 스마트워크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즉 기술과 바뀐 업무 프로레스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도입된 재택근무는 오히려 스트레스 총량을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에 대한 기술직 지원을 회사 기술팀에 일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와 연구진(제1저자 유초롱 씨)은 경영학연구에 지난달 발표한 '재택근무 테크노스트레스 통합모델 실증연구'에서 "복잡한 새 정보시스템을 익히는데 부담을 느낀 직원들에겐 부정적 반응이 유발됐으며, 끊임 없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침해' 역시 부정적 스트레스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2020년 11월 실시한 280개의 설문 응답을 조사한 결과, 회사의 기술 지원은 스트레스 감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점 척도로 평가하는 조사에 응한 사무직원들은 "기술 지원 담당자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해도 사용 언어나 지식에 차이가 있어 해결이 더디다",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다수였다. 어차피 기술 지원도 원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대가 낮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IT 지원팀이 늘 존재하는 대기업의 경우 이들의 존재가 긍정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은 아니었다"며 "회사도 기술적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의 유용성이나 사내 시스템 변경에 근로자가 적극 개입하는 '관여촉진'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재택근무는 업무 강도를 중시하기보다 일의 효율을 중시하는 근무형태"라며 "기업의 통제시스템도 근로자들의 명확한 업무절차의 제공, 재택근무 지원 시스템과 제도, 긴급 상황 발생 시 처리 매뉴얼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1년 재택근무자는 약 12배 증가한 114만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8월 기준 50만3000명에 비해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2021년도 고용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종식 후 재택근무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기업은 2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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