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 팬데믹은 이제 시작"…최대 6개월 기다려라?

뉴욕 증시가 본격적인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 패닉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구렁텅이로 들어가고 있다는 게 확인되자 월가 투자자들은 손을 놓았습니다. WHO가 11일 팬데믹을 뒤늦게 선언한 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했습니다.
TV로 방영된 장면에서 트럼프가 CEO들에게 "뭘 하면 좋으냐"고 물어보자 월가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그는 심지어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금세 제거할 수 있다면 재정 부양책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난맥상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치도박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 it)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선 확률은 이날 50%로 떨어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의 47%와 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습니다.
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민주당의 사기"라며 감염 확산 가능성을 폄하한 전략이 잘못된데다, 감염이 늘어날 수록 '오바마케어'를 약화시킨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월가는 감염이 급속도로 증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미 경기 침체와 함께 급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실제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날 감염자는 1200명을 넘었고, 월가엔 이런 속도로 증가하면 향후 10일이내에 2만5000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선 순간부터 매일 33% 가량 증가하는 걸 감안하면 미국의 감염자 증가세는 본격화되기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날 미 하원의 주치의인 브라이언 모나한 박사가 이번 주 의원들과의 내부 회의에서 미국에서 감염자가 700만명에서 1억50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미국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안토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망률이 일반 독감의 10배가 넘는 걸 감안하면 매년 미국에서 0.1%가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34만명이 죽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NBA와 NCAA 농구가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일반인들의 충격도 커졌습니다.뉴욕 증시는 이날 다우지수가 1464.94포인트(5.86%) 급락한 23553.22에 마감되면서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에 진입했습니다. 지난 2월12일 사상 최고치에서 20.3% 하락한 채 마감된 겁니다. 그것도 역사장 가장 빠른 속도인 19거래일만에 사상 최고치에서 약세장으로 추락했습니다.
2009년 3월부터 11년간 이어져온 불마켓 과정에서 다우지수가 고점 대비 10~20% 하락하는 조정을 수차례 거치기는 했지만 20%를 넘어 약세장에 들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최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운용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엄청나게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뉴욕 Fed는 이날도 하루짜리 레포 운영 한도를 1500억달러에서 1750억달러로 확대했고, 최소 500억달러 규모의 한달짜리 레포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Fed가 지난 9월말부터 매일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퍼부었는데, 미 증시의 황소장이 끝난 겁니다.

앞으로 뉴욕 증시는 얼마나 하락할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약세장은 최고치에서 평균 36% 가량 떨어졌으며 하락하는 기간은 평균 7개월간 지속됐습니다. 장세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S&P500 지수는 오는 9월께 약 2200에서 바닥을 찾게될 것입니다. S&P 500 지수는 이날 2741에 마감했지요.
지난 2년간 베어마켓 진입을 부르짖던 모건스탠리의 예상은 온건한 편입니다.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S&P500 지수 기준으로 2600이 바닥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에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하는 2640이 바닥이란 의견도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더 내릴 것으로 봅니다. 데이비스 코스틴 전략가는 앞으로 추가로 15%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P500 기준 2450으로, 최고치로부터 28% 떨어지는 수준입니다.유가가 이날도 4% 수준의 급락세를 보여 배럴당 30달러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이날 사우디 아람코는 정부가 생산능력을 일일 1300만배럴까지 증산하도록 직접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우디는 이달까지 하루 970만배럴 정도를 생산해왔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러시아와의 협상설도 부인했습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도 산유량을 하루평균 100만 배럴 늘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셰일업체들의 회사채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날 미국의 금융여건 지수는 2009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Fed가 4월까지는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릴 것으로 예측하는 금융사들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씨티 1곳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주 골드만삭스, JP모간이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핵심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잡힐 지 여부입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이날 하원 증언에서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다. 다음 달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의 예상도 비슷합니다. 4~5월에 감염자 수가 피크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3분기까지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최대 6개월까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설정한 겁니다.
월가의 예측은 퀀트에 기반하기 때문에 정확한 편입니다. 얼마전 JP모간은 한국의 확진자 수가 오는 3월20일께 1만명 정도에서 피크를 이룰 것으로 봤습니다.월가 관계자는 "앞으로 증시의 바닥은 한참 남은 듯하다"면서 "맨해튼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거나, 트럼프 대통령 등이 감염됐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때 매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그 전에 백신이 나왔다는 소식이 나온다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맨해튼 거리에서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월가 금융사들은 지난주부터 조를 나눠 재택근무, 비상사무실(BCP)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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