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금보다 조선시대에 소고기를 더 먹었다고?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쌀밥에 고깃국.’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에겐 특별한 날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몇 년 전에도 “인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해주겠다”는 거창한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특히 소고기는 예부터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의 저자 김동진 박사(전 한국생태환경사학회장)는 그러나 “조선시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소고기였고 1인당 섭취량은 20세기 말 한국인보다 더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각종 사료를 뒤져 조선시대에 매우 인기 있는 음식이던 소고기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조선시대 소는 부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농업에서 소 한 마리의 노동력을 사람이 대신하려면 5~10여 명이 달라붙어야 했다. 소의 수가 곧 국력인 시대였다. 나라에서도 소를 길렀고, 백성들도 소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16세기 중반 조선에서 사육하는 소의 수는 60만 마리를 웃돌기 시작해 17세기 후반부터는 100만 마리를 넘겼다.동시에 소는 탐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수시로 우금령(牛禁令)을 내려 소 도살을 엄격히 단속했지만 양반 사대부는 물론 일반 백성의 ‘소고기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인구가 1500만 명밖에 안 되던 17세기 후반 조선인은 하루 평균 1000여 마리의 소를 도살했다. 소고기는 ‘뇌물성 접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소를 먹는 다양한 방법은 지금의 요리법을 능가한다. 소고기를 일상 음식으로 먹자고 제안한 첫 번째 국왕은 연산군이었다. 그는 간과 콩팥을 먹고, 우심적이라 불리는 심장을 구워 먹거나 육즙을 내 먹었다. 조선 사람들이 고안한 고기 말리는 법, 상한 고기의 맛을 돌려 놓는 법, 질긴 소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법 등은 지금도 사용해볼 만하다. 저자는 “대부분 조선시대 사람들은 못 먹고 굶주렸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설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과학기술로도 해내지 못한 것을 이미 조선시대 사람들은 누리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위즈덤하우스, 264쪽, 1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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