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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비대면 진료 시행 코앞인데…약사회는 석 달째 '두문불출'
약사회서도 이해관계는 제각각
약사 밥그릇 지키기에 환자만 골탕
정지은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약사 밥그릇 지키기에 환자만 골탕
정지은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최근 만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음달 24일 비대면 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약 배송의 허용 범위와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핵심 당사자인 약사회는 석 달째 묵묵부답이다.
이런 배경에는 약사회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약사업계는 약 배송 자체를 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쪽, 젊은 약사를 중심으로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쪽, 자체 약 배송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쪽 등으로 나뉜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보니 약사회 차원의 통일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조율해야 할 세부 쟁점도 적지 않다. 다음달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관련 법에는 도서·산간 지역과 취약계층 등에 약 배송을 허용할 근거가 담겼다. 하지만 취약계층과 허용 지역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이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국과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이어서다.
정부는 법에 명시된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넘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가 진료부터 약 수령까지 비대면으로 해결하도록 약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과 환자 편의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반면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배송 과정의 안전관리 문제를 들어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반감이 약 배송 논의 전반으로 번지면서 제한적인 허용 방안까지 협의가 어려워졌다. 대법원이 8일 닥터나우의 전문의약품 광고를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플랫폼의 책임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약 배송 확대에 앞서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플랫폼의 책임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편의점 일반의약품 판매 품목 확대에도 약사회는 반대하고 있다.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부와 약사 직능의 역할 및 안전관리를 중시하는 약사회 사이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약사회를 상대로 무작정 압박 수위를 높이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약 배송을 넘어 의약품 유통·판매 체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작 서비스를 이용할 환자가 어떤 상황에서 약 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약 배송을 둘러싼 논의가 산업 간 주도권 다툼에 갇혀 있는 동안 정작 환자에겐 기본 내용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협상 테이블에 빈자리가 남아 있는 현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