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신라면 봉지면. 농심 제공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신라면 봉지면. 농심 제공
대만 90%, 미국 78%, 캐나다 76%, 일본 74%, 말레이시아 73%, 호주 71%, 영국 63%, 중국 58%, 인도 52%, 브라질 45%.

농심이 올해 8월 13~25일 전 세계 10개국 라면 소비자 1만3000명(최근 3개월 내 인스턴트 라면을 구매하고 월 1회 이상 취식한 16~49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신라면을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다. 6개국에서 70% 이상의 높은 인지도가 확인됐다. 10개국 평균 인지도는 68%. 10명 중 7명꼴로 신라면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3개월 내 신라면을 먹어본 사람 중 ‘신라면에 만족했다’고 답한 비율은 미국과 인도가 78%로 가장 높았다. 영국(77%)과 중국·호주(72%)에서도 70% 이상의 응답이 나왔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미국, 영국, 인도에선 해당 국가 제품보다 만족도가 3~5%포인트 높았다”며 “K드라마, K컬처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신라면의 인기가 맛과 품질에 기반한 반복 구매로 지속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신라면 봉지면을 검수하고 있다. 농심 제공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신라면 봉지면을 검수하고 있다. 농심 제공

신라면 해외 매출 1조 시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9일 농심에 따르면 2018년 3100억원 수준이던 신라면 해외 매출은 2020년 4200억원, 2022년 6200억원, 2024년 8200억원을 넘어 지난해(1조150억원)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6513억원어치가 해외에서 팔려나갔다. 2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이 이어질 거란 게 회사 측 예상이다.

글로벌 라면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76조원으로 추산된다. 세계라면협회(WINA)가 집계한 작년 전 세계 즉석면 소비량은 1242억개였다. 하루 3억4000만개씩 소비됐단 얘기다. 신제품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179건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역대 최대 규모다. 5년 전(1350건) 대비 61%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라면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K라면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22개국 120개 라면 제조사가 작년 한 해에만 출시한 ‘한국풍’ 라면은 404개였다. 일본 닛신의 ‘양념치킨 우동’, 유니레버의 ‘Namdong 김치찌개 K누들’과 ‘크노르 코리안 라면’, 중국 캉스푸의 ‘한국식 치즈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기업 신제품 중 한국풍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3%에서 2025년 7.3%로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35년간 점유율 1위를 지켜 온 농심이 올해 ‘수출 전문’ 공장을 새로 지은 이유다. 국내와 해외 통틀어 10번째 라면 공장이다. 작년 5월에 착공해 지난달 29일부터 가동됐다. 100%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생산 물량이 수출된다.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육개장 사발면, 김치 사발면 등이 생산된다. 부산신항에서 불과 4㎞ 떨어진 녹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 바닷길과도 가깝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억 개. 선(先)가동된 3개 라인 기준 수치다. 최대로 늘릴 수 있는 8개 라인이 모두 가동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신라면 봉지면을 검수하고 있다. 농심 제공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신라면 봉지면을 검수하고 있다. 농심 제공
녹산 공장은 기존 수출 물량의 75%를 소화하고 있던 부산 공장의 생산 적체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공장은 가동률이 90% 이상으로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수출 물량이 늘면서 부산 공장 근무 체제를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꾸는 등 조업 부담이 있었는데, 녹산 공장으로 물량과 인력이 이전되며 생산이 원활해진 상태”라며 “K라면의 새로운 심장인 셈”이라고 밝혔다.

녹산 공장이 완공되면서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라면은 연간 62억 개로 늘어났다. 부산·구미 공장 7억 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1·2공장과 중국 상하이·셴양 공장의 수출용 17억 개, 내수용 33억 개에 녹산 공장 물량을 합한 수치다. 전 세계 인구 83억 명의 약 75%에게 매년 라면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신라면 인지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 전경. 농심 제공
지난달 29일 가동을 시작한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 전경. 농심 제공

‘넥스트 신라면’은 국물 없는 볶음면

농심이 이토록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국내 시장의 성장이 정체돼서다. 신라면이 점유율 1위임에도 ‘넥스트(next) 신라면’을 고민하는 이유다. 초점은 국물이 없는 볶음면, 즉 ‘비(非)국물면’에 맞춰져 있다. 유일하게 성장하는 시장이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세계 라면 신제품 중 비국물면 비중은 2024년 22%, 2025년 24%, 2026년 26%(예상)으로 지속해서 높아졌다. 닐슨아이큐 조사 기준 국내 용기면 매출에서 비국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4.2%에서 25.1%, 27.6%로 올랐다.

신라면 툼바, 신라면 로제와 같이 신라면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변주를 준 제품들을 지속해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 11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올해 9월까지 1억4700만 개 이상 팔렸다. 올해 1~9월 판매량(8757만개)은 이미 작년 연간 판매량의 1.5배다. 지난해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매체 닛케이가 뽑은 ‘트렌디 히트상품 베스트30’에 선정됐다. 신라면 본제품이 일본 3대 편의점에 상시 판매되기까지는 29년이 걸렸는데,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이를 달성했다.
전윤열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장이 지난 5일 공장 현황과 생산·수출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농심 제공
전윤열 농심 녹산수출전문공장장이 지난 5일 공장 현황과 생산·수출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농심 제공
신라면 로제는 툼바와 달리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다. 유럽, 중국 등에서 선호도가 높은 토마토 맛의 비중을 높인 게 이 때문이다. 올해 5월 국내에서 선출시됐고, 미국, 대만, 몽골, 캐나다 등으로 판매 기반을 넓혔다. 연말까지 인도, 싱가포르 등을 추가해 20여개국 이상에 출시한 뒤 내년 1분기부터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농심은 제2, 제3의 신라면 로제를 예고했다. 지 본부장은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제품 출시에 보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글로벌 수요에 맞춰 공격적인 출시 계획을 갖고 있다”며 “1년에 1~2개 이상의 신제품을 낼 수 있도록 상품 기획 프로세스를 보강하고 있다”고 했다. 농심은 작년 기준 3조원 수준인 글로벌 면 매출을 2030년까지 5조4000억원으로 80% 끌어올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40.2%(올해 상반기 기준)에서 61%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지난 5일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수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농심 제공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이 지난 5일 녹산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수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농심 제공
부산·구미=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