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연구원들이 제품을 조리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연구원들이 제품을 조리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정말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의 풍미를 담아내려면, 분말보다는 액상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삼양식품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병훈 소장은 7일 “고온에 로스팅한 춘장, 아낌없이 넣은 야채와 소고기, 불에 볶아낸 듯한 향까지 깊은 풍미를 온전히 담기엔 액상 소스가 적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5년부터 40년 넘게 짜짜로니를 판매해 온 삼양식품은 지난 7월 프리미엄 라인인 ‘짜르르’를 출시하며 짜장라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이병훈 식품연구소장이 제품 개발 과정과 우지 유탕 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이병훈 식품연구소장이 제품 개발 과정과 우지 유탕 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짜르르는 이 회사가 브랜드 헤리티지로 내세우고 있는 우지(소 기름) 유탕(튀김) 기술로 만든 면이 핵심이다. 우지는 국내 최초의 라면 회사인 삼양식품이 쇠락의 길을 걷게 만든 장본인이다. 1989년 삼양식품 등 5개 식품사가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으나(우지 파동) 결론은 무죄였다.

삼양식품은 이로부터 꼭 36년이 지난 지난해 우지 라면을 되살렸다. ‘우지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시장에서도 입증받겠다는 취지였다. 우지와 팜유를 혼합한 오일로 튀긴 면이 사용된 국물 라면 ‘삼양1963’이 그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000만개를 넘었고, 278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올해 5월에는 ‘삼양1963 큰컵 우지파개장’을 내놓으며 컵라면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상품본부장이 제품 기획 배경과 브랜드 컨셉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서 채혜영 상품본부장이 제품 기획 배경과 브랜드 컨셉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짜르르 역시 ‘우지 유니버스’의 일부다. 짜짜로니로 일찌감치 짜장라면 시장에 진입했지만, 농심 짜파게티의 아성을 넘지 못한 삼양식품이 절치부심해 내놓은 제품이다. 이 회사 연구소는 약 1년 반 동안 전국의 짜장 맛집 100여 곳을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갓 조리한 짜장의 맛을 구현하는 데 최적의 면과 소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일념으로 식당별 조리법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소스는 짜르르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주요 요소다. 이 소장은 “분말 스프도 분명히 훌륭한 기술이지만, 짜장라면에선 한계가 있다”며 액상 형식을 택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건조 공정에서 향미가 날아가고, 유지 배합이 제한돼 깊은 풍미를 내기 어렵다. 춘장, 야채 등 원재료 본연의 맛과 특색은 분말로 구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가루가 뭉치면 면수에 잘 풀어지지 않아 면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다”면서 “전국 맛집의 노하우를 토대로 향미와 농도를 분석한 뒤 450회 이상의 배합 실험을 거친 끝에 지금의 소스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짜장라면 신제품 '짜르르'.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의 짜장라면 신제품 '짜르르'. /삼양식품 제공
소스의 풍미는 우지로 튀긴 면과 만나며 시너지를 낸다. 이 소장은 “소스의 풍미가 아무리 넘쳐도 면의 풍미가 없으면 그 맛이 희석된다”며 “우지 면은 팜유 유탕면과 달리 가열하면 할수록 풍미가 살아나기 때문에 액상 짜장 소스와 섞이면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면을 끓여낸 물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조리법도 짜르르의 맛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짜르르는 이달 5일 기준 판매량이 1000만개를 넘겼다. 채혜영 상품본부장은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데이터를 인용해 “이날 기준 짜장라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연내 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게 목표다.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 참석한 김정수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7일 삼양식품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짜르르' 미디어 시식회에 참석한 김정수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불닭볶음면으로 비(非)국물면 시장 성장을 주도해 온 삼양식품이 짜장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짜장라면 시장은 경쟁사인 농심의 짜파게티가 수십 년간 장악해 왔다. 짜파게티의 연 매출은 작년 기준 2600억원대로, 80%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채 본부장은 “비국물면 시장이 최근 3년간 연평균 2.1% 성장하는 동안 짜장라면 시장은 6.4%씩 쪼그라들며 정체했다”며 “차별화된 제품력으로 경직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양식품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우지 라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김정수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짜장면의 맛을 라면으로 재현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먹어보며 (품질을) 계속 업그레이드했다”며 제품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